공급망, 흐름을 읽어야 한다
공급망, 흐름을 읽어야 한다
  • 정인영 충북도 통상수출전문관
  • 승인 2023.03.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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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인영 충북도 통상수출전문관
정인영 충북도 통상수출전문관

 

공급망 관리라는 표현은 물동관리, 수요와 공급 관리, 글로벌 가치 사슬, 국제 분업 등 그 표현은 다르지만 본원적인 의미는 하나이다. 제품을 만들기 위한 요소인 인력, 부품, 시설, 장비 등을 갖추고 생산 공정에 투입되어 시장의 요구사항에 맞춰 나온 제품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인 Supply Chain Management를 일컫는다. 다른 말로 Value Chain Management로 불리우는데 각 단계에서 창출되는 가치들이 합쳐져서 소비자의 만족도(Satisfaction)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공급망 프로세스의 지향점은 시장이다.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고객이 원하는 시기와 정도를 파악하는데서 시작한다. 소싱, 생산, 물류 등은 시장에 다다르기 위한 단계이다.

필자가 과거 근무했던 국내 글로벌 기업도 공급망 관리 체계를 도입한 것은 불과 10여년전의 일이다. 매주 공급자인 공장과 수요자인 영업이 고객에게 팔 판매량과 이를 맞추기 위한 부품 소요, 생산계획을 테이블에 펼쳐 놓고 치열하게 싸우곤(?) 했다.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인지에 대한 의심, 왜 생산을 못해 주는지에 대한 불만 등 관점의 차이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Value Chain에 대한 이해 부족과 불확실성에서 비롯되었다. 물건이 없으면 못팔 것 같으니까 일단 생산해 놓고 보자, 밤새 라인 돌려 만들어도 다 팔지도 못할 것이야 등의 생각말이다.

오늘날의 공급망도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작년 5월에 IPEF(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를 출범시킨 것이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을 통과시킨 것도 그 리스크에 대비하고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함이다.

광물 원료-소재-이차전지-전기차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을 보자. 이차전지의 주요한 광물 원료인 리튬의 중국 생산 비중이 16%, 중국의 리튬 제련 비중이 65%,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생산의 66%, 그리고 세계 이차전지 판매실적의 56%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원료를 사용하여 만든 최종 제품인 전기차의 가장 큰 시장은 중국으로 63%를 차지한다. 중국의 공급망 독점을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기 원료를 사용해서 만든 제품을 자기 나라에서 팔면서 창출되는 부를 가져가고 있다는 말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균형이 부의 불균형까지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공급망의 불균형이 미국으로 옮겨간다면 그것은 공정한가?

공급망 보호주의에 휩쓸리지 말고 우리 나름대로 전체를 보는 혜안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공급망 안정화나 소재 부품 산업의 육성, 당면한 우리의 과제이다 그러나, 먼저 내가 아는 한계에서 탈피해야 한다. 만들어진 제품을 어떻게 팔 것인지만 보지 말고 Value Chain별로 이루어지는 산업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중국 광산에서 채굴된 광물이 테슬라 전기차에 사용된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되었던 국제 분업과의 차이점이다. 어느 순간 중국이 디스플레이, 반도체를 넘어 전기차까지 공급망을 뒤흔드는 시대가 되었다. 미중의 통상 갈등에 새우등 터져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한쪽으로의 일방적인 협력이 아니며, 과제만을 되풀이해서 외칠 것이 아니라 공급망의 각 Value Chain 흐름을 읽고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과 전략을 세밀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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