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위한 LH청년전세임대 `희망고문'
청년 위한 LH청년전세임대 `희망고문'
  • 정윤채 기자
  • 승인 2023.02.19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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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서류 까다롭고 권리분석 번거로워 기피
근저당 높게 설정 기준 미달도 … 집구하기 별따기
지원자 선정 불구 충북지역 지난해 70여명 포기
사진=충청타임즈 db
사진=충청타임즈 db

 

“차라리 신청하지 말걸 그랬나 싶기도 해요. 방 구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는데….”

최근 LH청년전세임대(이하 LH청년전세) 입주자로 선정된 대학생 한모씨는 며칠 전부터 상심에 빠졌다. 전세방을 구하기 위해 인근 부동산을 모두 돌아봤지만 마음에 드는 방은 전부 “LH청년전세는 안 받는다”며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한모씨가 며칠간 부동산을 통해 둘러본 방은 총 7곳. 이중 LH청년전세임대 계약이 가능한 집은 단 `1곳'뿐이었다.

무주택 청년들의 주거비부담 완화를 위해 만들어진 `LH청년전세임대'가 청년들의 희망이 아닌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

LH청년전세임대는 대학생·취업준비생 등 만 19~39세 청년들에게 기존주택을 전세계약 체결해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지원대상자로 선정되면 도내 1인 거주 청년 기준 최대 85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전세지원금 중 임대보증금(100만~200만원)을 제외한 금액의 1~2%에 해당하는 금액만 임대료로 내면 된다. 임대료 적용 금리 또한 연 2~3%로 낮은 편이다. 고물가 시대에 생활비 압박으로 허리를 졸라매야 하는 청년들 입장에선 `동아줄'이나 다름없다.

한모씨는 “원룸 월세가 보통 30만원 중반~40만원 정도인데 LH청년전세로 들어가면 주거비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며 “최근 물가도 많이 오르다 보니 집세라도 조금 줄여보려고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입주 가능한 `집' 찾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LH청년전세 계약을 원하거나 계약 경험이 있는 청년들은 모두 “계약 가능한 집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어렵사리 LH청년전세로 방을 계약했다는 대학생 정모씨는 “부동산 30여곳에 전화를 돌렸는데 방이 있다고 연락이 온 곳은 4~5곳 정도였다”며 “지금 살고 있는 방도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공인중개사 분이 `LH 되는 곳이 워낙 없어서 지금 계약 안 하면 곧 나갈 수도 있다'고 하시길래 그냥 바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청주시 사창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원룸 매물이 100개 나온다 치면 그 중에 6~7개가 전세, 그중 LH청년전세로 들어갈 수 있는 건 1개 있을까 말까”라며 “LH청년전세 입주 때 임대인이 준비해야 하는 서류절차나 권리분석 과정이 번거롭다고 꺼리는 집주인 분들도 꽤 계시고 근저당이 높게 잡혀 있어서 기준이 안 되는 건물도 많고 이유는 다양하다”고 했다.

원룸 건물은 대부분 투자용으로 짓다 보니 근저당이 높게 잡혀 있는 건물이 많은데 LH청년전세 지원 가능 기준이 부채비율 90% 이하인 주택이다 보니 선정기준을 충족하는 집이 많지 않다는 것이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청년들은 LH청년전세에 선정돼도 집을 구하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충북지사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전세임대 신청자 395명 중 315명이 선정됐지만 실 계약자 수는 241명에 그쳤다. 70여명이 선정됐는데도 지원을 포기한 셈이다.

제천에 사는 이모씨도 이중 한 명이다. 이씨는 “한달 넘게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봤지만 끝내 방을 찾지 못해 급한대로 월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정윤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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