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다로의 희망, 일본의 지방
아소다로의 희망, 일본의 지방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12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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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안 재 헌 <충북과학대학장>

지난 7월 일본 참의원 선거 후 자민당이 참패할 경우 아베 총리가 물러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도는 가운데 당시 외상(外相) 아소다로(麻生太郞)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자신의 집권의지를 밝히는 저서 '대단한 일본(とてつもない 日本)'을 출간한 바 있다.

아소 외상은 고이즈미 총리가 물러난 후 아베 총리와 자민당 총재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던 인물로 지난 8월 아베 2기 내각 출범 때에는 자민당의 간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포스트 아베의 위상을 더욱 강화한 일본 정계의 대표적인 대외강경·보수파로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한 저서는 자신의 국가관, 사회문제에 대한 식견, 아시아 외교에 대한 포부를 두루 밝힌 정치홍보용 책자이긴 하지만, 일본의 유력 정치인의 경험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그 책에서 그는 지방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희망적으로 진단하고 지방 저력의 집합체가 바로 일본이라고까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지방에 대한 그의 신뢰는 명문가의 후손(규수 아소 탄광주의 후손으로서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외손자, 스즈키 젠코 전 총리의 사위)으로서 9선의 지역구 의원에다 고이즈미 총리 내각에서 지방자치 업무를 담당하는 총무상을 역임한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는 고향의 눈부신 발전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 석탄산업의 사양으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그의 고향 규수의 탄광지대에 규수공업대학 정보공학부의 창설을 계기로 많은 벤처기업의 창업이 이루어졌고, 이에 힘입어 낙후되었던 지역이 전 일본 IC생산량의 4할 대를 점하는 정보산업 도시로 탈바꿈하였으며, 나아가 자동차 및 관련 산업이 광범위하게 자리잡게 되는 등 활기를 띠게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지방분권 정책이 정부의 확고한 정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점도 지방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고 있다. '3위 1체' 개혁으로 지방정부의 중앙성청으로부터의 젖줄 떼기가 본격화 되었다는 것이다.

3위1체 개혁으로 일컬어지는 국가와 지방의 세 재정 개혁은 '중앙성청으로부터 지방자치체에 대한 보조금 삭감', '국세로부터 지방세로의 세원이양', '지방교부세제도 개혁을 동시에 이루어 지방재정의 자주성을 높이자'는데 그 뜻이 있다.

일본에서는 '3할자치'라는 말이 있어왔는데 이는 7할은 중앙에 의존한다는 의미로 지방자치, 자방분권과는 거리가 먼 현상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지방의 중앙예속과 일본의 관료주의는 역사의 산물로 보고 있다. 막부시대 쇼군의 지배를 거쳐 메이지 유신으로 관료제가 도입되었으나 군벌의 등장으로 군국주의의 길을 걷다가 패전 후 계획경제체제의 등장으로 다시 공고한 중앙관료체제가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둔중한 중앙집권체제로는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340만명에 이르는 공무원 집단이 정부재정에도 과중한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소수 관료집단이 전국을 지배하는 재정운영시스템으로는 지방의 활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이 지향해야할 국가의 모습은 행정개혁으로 공무원 수는 대폭 감축하되 '작지만 강한 정부', '작지만 따뜻한 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아소다로의 주장은 다소 감성적이고 이상적인 면도 없지 않다. 평생 정치가의 길을 걸어온 그의 지역주민에 대한 지나친 애정표현일 수도 있고,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정치가의 과장된 애국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일본이 고이즈미정권 이래 지속적으로 민간이양과 정부기구 축소, 지방제도 개혁과 공무원 감축 등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활기를 되찾은 세계 제2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지도국의 위치를 넘어 미·일 동맹을 축으로 새로운 범세계적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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