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얘기 꺼내지도 마세요"
"비 얘기 꺼내지도 마세요"
  • 이상덕 기자
  • 승인 2007.09.07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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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집배원 "비 오면 두배 힘들어"
"비가 올 때는 우편배달이 두배로 힘듭니다."

서청주우체국 우편분리과에 근무하는 유재수 집배원(51)은 올 여름 잦은 비로 다른 해보다도 힘든 여름을 보냈다. 이 직업에 뛰어든지 올해로 28년째. 집배원 가운데 '베테랑'인 그는 비 이야기만 나오면 손사래부터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비가 오면 우편물이 젖지 않게 신경을 써야 하는데다 오토바이 운행 자체가 힘들어 평소보다 2배나 버겁다. 비옷을 입고 헬멧을 착용한 상태에서 시야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오토바이 운행에 항상 위험이 따른다. 남들은 그냥 편지만 배달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지만 전문성과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유 집배원은 15년 전 한-중 수교를 계기로 만주의 독립운동가 자손들이 아버지, 할아버지 이름으로 서신을 보내 이를 가지고 청주 강서동 일대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물어보며 4가족을 찾아 준 것을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꼽는다. 그 때는 오토바이가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그 후 그 동네를 찾아가면 고맙다며 막걸리를 사주던 방앗간 강씨 할아버지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진다.

유재수 집배원은 "자기 일에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잦은 비가 내려도 맑은 날과 같다"며 "비가 많이 내려도 우편물 기다리는 고객을 생각하면 내일이 또 기다려진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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