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진천은 아직 살기 좋다
그래도 진천은 아직 살기 좋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21 2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중 겸 <건양대 석좌교수>

살기 좋은 지역이라 이름 난 곳이 많다. 그 가운데 진천도 빠지지 않는다. 예로부터 으뜸은 정부의 수탈 없음이다. 관가에 내야 할 몫 외에 관리의 배를 채워 주어야 했다. 가렴주구(苛斂誅求)가 호랑이보다 무서웠다.

여기에 홍수나 가뭄 같은 자연재해가 없어야 하는 조건이 부가되었다. 농업사회에서는 농사가 잘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요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선 편해야 한다. 기후가 좋고 날씨가 좋아야 한다. 현대에는 세금착취는 사라졌다. 대신 일자리가 많아야 한다. 아울러 도둑이 없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인심도 저절로 좋아진다.

사람살기에 진천만한 고장 없다는 생거진천(生居鎭川)이 달라졌다. 풍수해가 없다고 자랑해 왔건만 최근엔 물난리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기후온난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탓이다.

범죄도 예사롭지 않다. 얼마전엔 8명이 숨져 주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중부고속도로를 비롯한 사통팔달의 요지라는 편리성이 원인의 하나이다. 내륙 산간지역으로 남아 있을 때까지만 해도 범죄는 많지 않았다.

1989년에 진천경찰서장으로 일했다. 태어나 자란 충남 서천과 진천의 천(川)자가 같았다. 내 고향과 다름없었다. 중부고속도로 개통 2년 후였다.

그런데 웬걸 소도둑이 많았다. 날이 새면 소 한 두 마리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들어오곤 했다. 당시 소는 농가의 재산목록 제1호였다. 쉬어야 하는 비번은 물론 본서 직원도 밤새 순찰을 돌았다. 축사에 비상벨 달기운동도 했다.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민망스럽고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자고 나면 또 훔쳐 가니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소도둑을 잡고 나서야 사라졌다.

요즘 진천에서 근무하는 경찰서장을 비롯한 경찰관들이 애쓰고 있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데 치안은 혼자의 힘만으로는 완벽을 기하기 어렵다. 범죄자는 무작정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감정을 이기지 못하거나 격분해서 폭력이나 살인을 저지르기는 한다. 그러나 일부다. 대부분은 먼저 목표물을 정해 놓은 다음에 호시탐탐 때를 노린다.

환경범죄학이 세를 얻고 있는 이유다. 건물과 지역의 범죄유발요인을 분석해서 그 기회를 차단한다. 설계단계에서부터 방범대책을 강구한다.

영국의 상황적 범죄예방(Situational Crime Prevention)이 시초다. 미국과 우리는 환경설계에 의한 범죄예방(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 CPTED)이라 한다.

효과가 있다. 비용이 추가되나 안전에 대한 투자다. 주민동참이 긴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