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문백전선 이상있다 <349>
39. 문백전선 이상있다 <349>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2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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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뒤로 쭉쭉 빠져서 도망을 치면…"
글 리징 이 상 훈

봉죽의 자랑하는 죽창(竹槍) 부대가 천하무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용맹무쌍하다는 것은 단지 기다란 죽창을 집어든 채 앞으로 쭉쭉 밀고나가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날카로운 죽창을 들고 일제히 공격을 가하다가도 어느 한 순간 지휘자로부터 명령이 떨어지게 되면 손에 쥐었던 죽창들을 일제히 땅바닥 위에 꽂아놓고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빼어들고 또 다른 공격 작전을 즉시 펼칠 수가 있는 것이 봉죽이 거느리고 있는 죽창부대의 큰 장점이자 특징이었다. 이러한 훈련을 계속 반복하여 완전히 몸에 익힌 봉죽의 죽창 부대가 뒤쪽을 그냥 허술하게 놔둔 채 무턱대고 앞으로 공격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 그들은 지휘관인 봉죽장수가 갑작스럽게 옥성(玉城)으로 소환되고, 원위치로 복귀 명령을 받았기에 거의 다 이겨놓다시피한 전투를 아쉽게 끝내놓고 지금 막 되돌아가려고 하던 참이 아니던가

하지만 저들의 이런 기막힌 속사정을 전혀 알 리 없는 사양 일행은, 되돌아갈 준비를 하고자 잠시 정열을 가다듬고 있는 봉죽의 죽창 부대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별안간 창을 집어던지고 활을 쏘며 맘껏 야유를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야! 이 취라성주의 개 같은 놈들아!"

"쓰레기 잡배 같은 놈들!"

"날 잡아 봐라! 그럼 용치!"

"날 네 놈의 잘난 애비로 대해줘 봐!"

"네 놈 어미와 내가 밤마다 우물가에서 조용히 만난다는 거 잘 알고 있지"

이들이 퍼부어대는 야유와 조롱 짓거리에 봉죽의 죽창부대원들은 크게 화가 났다.

"아니, 뭐야 저 피라미 같은 놈들은"

"어 문강 백락의 부하들이잖아"

"멀리 돌아서 왔나"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일단의 죽창부대 병사들이 허리춤에서 일제히 칼을 빼어들고 사양 일행을 향해 무섭게 달려갔다.

"튀자!"

"낙계님 말씀대로 우리가 뒤로 쭉쭉 빠져서 도망을 치면 계속 뒤따라오지는 못할 거야."

사양 일행은 죽을힘을 다해 도망을 치면서도 그들을 끈질기게 약올려댔다.

"으으음. 대강 보아하니 우리 배후를 교란시키려고 온 얼마 안 되는 놈들 같다. 마침 우리가 가려고 하는 방향으로 도망을 치고 있으니 토끼몰이 하듯이 끝까지 따라가서 놈들을 통째로 죽창에 꿰어버려라!"

장수 봉죽을 대신한 그의 사촌 동생이 명령을 내렸다.

그러잖아도 다 이겨놓은 전투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그냥 물러나는 것이 너무 억울하여 어디가서 분풀이를 해볼까 하던 참이었는데 지금 같은 이런 기회가 오죽 좋을까 봉암의 추격 명령이 떨어지자 그의 휘하 죽창부대 병사들은 일제히 죽창을 거머쥔 채 사양 일행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아니, 어찌된 일이야 놈들이 계속 따라오네"

도망치던 사양이 뒤를 슬쩍 돌아보고는 숨을 몹시 헐떡거리며 말했다.

"조금만 더 멀리 도망쳐 봅시다. 낙계님 말씀대로라면 놈들은 본진(本陣)에서 멀리 떨어질 수가 없기 때문에 추격을 곧 멈출 것입니다."

옆에서 함께 뛰어 달리던 늙은 부하 역시 숨을 가쁘게 학학 몰아내 쉬어가며 말했다.

"어 저, 저것 봐! 저 서너 놈들은 우리를 끈질기게 계속 뒤쫓아 오는 데"

사양이 뒤를 힐끗 돌아보고는 몹시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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