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세어라 금순아
굳세어라 금순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1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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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승 범 <시인>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 후보로 나올 사람들은 바쁘다. 자기 표를 얻어야 하니 바쁘고 남의 표를 깎자니 더 바쁘다. 한 나라의 대통령 되기가 어디 그리 쉬울텐가. 가문의 영광이요, 대대손손의 자랑거리임에 틀림없으니 그 치열함이야 당연하다.

아프카니스탄에서 납치된 인질 문제가 어렵다. 그런데 말 잘하시는 후보님들 어느 누구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하신다. 아마도 민감한 종교적 사안이기 때문이리라. 선교와 봉사 사이에서 여론이 좋지 않자 자기들에게 득실이 될 표계산에 입을 다물게 만들었으리라.

때아닌 물난리가 나서 강원도 곳곳에 이재민이요 도로 유실이다. 높으신 분들 어느 누구 눈도 깜박 안한다.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시골 사람들의 한숨 뿐이요, 자원봉사단체의 구호품 뿐이다. 그런 외지고 지친 곳에 구태여 정부가 갈 여력까지는 없는 것 같다. 여지껏 해 온 그대로 적당히 십시일반으로 구호하고 견디라는 말씀인가 보다.

미국산 수입 소에서 뼈가 검출되더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뼈다귀까지 수입을 하란다. 거기에 변변히 말 한마디 하는 위정자가 없다. 이쪽 저쪽 눈치봐야 하니 구태여 톡 불거져 밉상보일 필요가 없으니 꿀먹은 벙어리가 제일이라는 속셈이다.

번번이 느끼는 것이지만, 이 땅의 백성으로 살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백성으로서의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사회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는 있지만 군대에서 죽거나 다쳐도 위로가 없다. 납세의 의무는 있지만 납세된 혜택은 별로 없다. 교육을 받을 위무가 있지만 공교육은 저만치 가고 사교육비는 치솟고 걷잡을 수 없다.

그냥 이대로 살게 했으면 싶다. 그들은 그들끼리, 우리는 우리끼리 살게, 그럭저럭 살고 있는 이 땅의 백성들에게 선진국민을 만들어 주네 마네, 네거티브 당했네 마네 하지 말고, 그들은 그들끼리 살고, 우리는 우리끼리 살자. 더 이상 그네들 잔치에 애매한 백성들 끌어들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식민지 시대를 살았던 시인의 의지다.

매은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쓰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내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인가 보다 - 이육사 시인의 ‘절정’-

오로지 대권에 매달려 국민들의 안위는 뒷전에 제쳐둔 채로 굳세게 밀고 나가시는 이 땅의 금순이들에게 더 무엇을 바랄 수 있으랴! 그들은 그들끼리, 우리는 우리끼리, 날카로운 칼날 아래 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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