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마음 청소
대선과 마음 청소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1.11.11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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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구정물을 잔뜩 머금고 있는 걸레로는 아무리 열심히 거실 바닥이나 방바닥을 닦는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려는 의도가 제아무리 좋다고 해도, 지저분한 걸레로 거실 바닥과 방바닥을 닦는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뿐, 원하는 청소 효과는 전혀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걸레로 거실 바닥이나 방바닥을 닦기 전, 걸레가 머금고 있는 구정물을 꼭 짜낸 뒤에도, 몇 번이고 깨끗한 물에 걸레를 빨아 잘 헹군 뒤, 깨끗해진 걸레로 거실 바닥이나 방바닥을 잘 닦음으로써,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깨끗한 걸레로 거실과 방을 청소해야만, 쾌적한 집안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듯이, 아름답고 행복한 인생을 위해선 우리 각자의 마음도 깨끗해야만 한다.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것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세 가지인데, 마음이 깨끗하고 안정되지 못하면, 올바른 생각과 올바른 말과 올바른 행동이 불가능하다. 올곧은 말과 올곧은 행동은 올곧은 생각에서 나오고, 올곧은 생각은 깨끗하고 안정된 마음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우리 마음을 거울에 비유해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거울이 온갖 먼지와 얼룩으로 더럽혀져 있는 가운데, 이리저리 흔들리기까지 한다면, 그 거울은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제대로 비추어낼 수 없다.

우리 마음도 거울에 먼지와 얼룩이 끼듯, 이런저런 욕심과 욕망 및 두려움 등으로 얼룩져 있다면,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볼 수 없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정견(正見)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견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목전의 대상을 제대로 꿰뚫어 보지 못한다면, 옳다고 판단한 대상이 얼마든지 옳지 않을 수도 있고, 그르다고 판단한 대상이 얼마든지 그르지 않을 수도 있다. 마치 0점 조정이 돼 있지 않은 저울로, 아무리 정확하게 무게를 재기 위해 온갖 애를 써봐도 별 소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든 인간의 마음은 거울이나 저울과 유사하면서도 크게 다른 측면까지 있다. 인간의 마음은 안정되고 깨끗하지 않으면,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정확하게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얼마든지 대상을 왜곡하면서 과대평가를 하거나 과소평가를 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사서의 하나인 중용(中庸)은 “喜怒哀樂之未發謂之中(희노애락지미발위지중) 發而皆中節謂之和(발이개중절위지화) 中也者天下之大本也(중야자천하지대본야) 和也者天下之達道也(화야자천하지달도야)” 즉, 희로애락 등의 감정으로 출렁이기 이전의 고요하고 밝게 깨어 있는 마음이 천하의 근본이 되는 `중(中)'이고, 고요한 가운데 밝게 깨어 있는 `중(中)“의 마음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함으로써 천하에 두루 달통하는 것이 `화(和)라는 의미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자신만의 우물 속에 안주한 채, 자신의 욕심과 욕망에 휘감긴 채, 기뻐하고 성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느라 들뜨고 흐트러진 마음을 가라앉히고 모음으로써, 지공무사한 중(中)의 상태로 돌아가라는 가르침이다. 고요하고 깨끗해진 중(中)의 마음만이, 목전의 상황을 정확하게 꿰뚫어 본 뒤, 비로소 바르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2022년 3월 9일은 대선이 있는 날이다. 모든 유권자가 온갖 선입견과 지연 학연 등으로 얼룩진 마음을 깨끗하게 청소함으로써, 대권 주자들의 본 면목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기를, 그래서 내년 20대 대선에서는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끌 올곧은 대통령이 선출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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