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계절이 왔다
사랑의 계절이 왔다
  •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 승인 2021.11.1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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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눈이 내릴 것처럼 하늘이 온통 잿빛이다. 이런 날이면 장작이 타고 있는 난로와 군밤, 흔들리는 촛불 등이 생각난다. 이런 생각은 곧 행복감과 사랑의 감정을 불러와 마음이 따뜻해지고 얼굴에는 미소가 그려진다.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그 뒤로 연말이 따라오고 있어서 그런가보다. 올해도 잘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함께 있어 준 모든 이에게 사랑을 미리 전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림책 `사랑은(다이앤 아담스 글·클레어 키인 그림·이현진 옮김)'이 떠오른 건 아마도 이런 나의 기분이 반영된 것 같다. 아기오리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있는 소녀의 그림과 `사랑은'이라는 제목에 끌려 한동안 눈길이 머물렀다.

작은 소녀는 아기오리와 함께 한다. 한밤중에도 깨어나 밥을 줘야 하고, 우는 오리를 품에 안아 재워야 한다. 피곤하고 귀찮기도 하고 자신의 생활이 엉망이 되기도 하고 전쟁과 평화의 시간을 오간다. 하지만 소녀는 사랑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목소리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때가 되면 아기오리가 멀리 날아갈 것을 알면서도 그 시간을 함께 기다린다. 소녀는 사랑은 보고 싶고 자꾸자꾸 생각나고 모든 걸 함께 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사랑은 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깊고 커졌다고 한다.

사랑을 명료하게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존재하면서부터 사랑을 갈망했는데 아직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사랑을 받는 문제로 본다. 사랑을 사랑하는, 사랑할 줄 아는 태도로 인식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사랑을 받을까, 또 어떻게 하면 사랑스러워질까에 초점을 맞춘다. 사랑을 받고 싶다는 생각, 즉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사랑을 서로에게 열중하는 것으로 정의하며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라 말한다.

소설 `기억 전달자'에서 “저를 사랑하세요?”라고 묻는 주인공에게 부모는 “제발 좀 명확하게 말하렴.”이라고 대답한다. 이 소설에서는 사랑이란 살아가는데 위험한 방식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사랑에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가장 해롭다고 생각하는 감정인 고통을 통제하기 위해 사랑조차도 통제된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된 주인공은 그 사랑의 느낌이 좋아 가족과 친구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사랑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일까.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아들 없이 행복과 기쁨을 누리기보다 차라리 사랑의 고통을 겪고 그로 인해 걱정과 근심을 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사랑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인간의 근본적 존재 방식이며 본성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음식을 먹고 맛을 느끼듯 저절로 행해지는 본능의 차원을 넘어 훈련과 인내와 습득이 필요한 능력이라고 말했다. 포유류인 인간은 모체로부터 분리됨으로써 존재하기 시작한다. 일치하는 것, 하나로 결합하는 것이 인간의 원형적 욕구이기에 사랑을 결합체로서 존재하는 것이라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은 본능적 결합을 넘어 영적 성숙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나 사랑을 하지만 모두가 같은 사랑을 하지는 않는다. 나의 사랑은 소녀가 오리와 함께 하는 과정처럼 한자리에 머무른 적이 없다. 소녀가 아기오리를 돌보며 경험하는 과정처럼 만나는 대상에 따라 상황에 따라 시간에 따라 그리고 나의 성숙에 따라 성장한다. 하지만 그 방향성은 늘 한 곳을 향한다.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과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 안에서 경험하는 따뜻함, 행복, 뿌듯함. 통하는 느낌이 좋다. 여러분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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