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 노선변경
호남고속철 노선변경
  • 고영진 기자
  • 승인 2007.07.20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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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알 수가 없네"
   
▲ 사진 중앙 부분의 점선으로 표시된 노선이 중부내륙화물기지 사이를 관통하는 노선으로 갈산 2리 주민들이 원하고 있는 기본계획 노선이다. 그 위의 파란색 노선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람한 문제의 기본설계 노선이다.
오송∼김제간, 청원 부용면 갈산2구 '관통'

최근 기본설계안에 대한 공람공고까지 된 호남고속철도의 일부 구간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노선변경된 것으로 확인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변경된 노선이 마을을 관통하는 바람에 이곳 주민들의 반발이 조만간 극에 달할 조짐이다.

주민들은 "우리가 전혀 모르는 노선변경 자체도 문제이지만, 보상비 등 국가예산도 엄청나게 늘어 난다. 그런데도 굳이 노선을 바꾼 이유를 모르겠다"며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청원군 부용면 갈산리 주민들은 지난달 13일 청원군 강외면사무소에서 열린 '호남고속철도건설사업 사전설명회'에서 고속철도 노선이 자신들이 사는 갈산마을을 관통해 건설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에 이 지역 주민들은 기본노선을 설계한 한국철도시설공단에 거세게 항의했다.

호남고속철도는 지난 2003년부터 건설교통부가 타당성을 검토해 지난해 8월 고시했다. 건교부의 고시에 따르면 오송분기역에서 출발하는 오송∼김제 노선은 오송역에서 출발해 연기군으로 나가도록 계획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30일부터 시작된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기본설계에는 건교부가 고시한 기본계획노선과 다르게 청원군 부용면을 남·북으로 횡단하도록 설계됐다. 당시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오송역에서 정차하는 차량도 있지만, 오송역에 무정차하는 고속철도의 주행안전을 위해 직선 노선인 부용면쪽 노선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 노선 또한 당초 건교부가 호남고속철도의 사업타당성 검토때 선정한 기본계획상의 한 노선으로 중부권내륙화물기지를 관통하도록 설계됐다.

중부내륙화물기지를 관통하는 노선은 취락지구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지역으로 부용면 주민들도 크게 반대하지 않던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13일 열린 '호남고속철도건설사업 사전설명회'의 내용에는 중부내륙화물기지를 관통하지 않고 우회하는 노선으로 변경됐다.

이렇게 변경된 노선대로 고속철도가 건설되면 50여가구가 밀집돼 있는 부용면 갈산2구를 관통하게 된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중부내륙화물기지를 관통하는 기본설계 최종노선 검토과정에서 문중묘역과 천주교 수련원, 백천천 등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화물기지 외곽으로 노선을 수정했다"며 "공람 후 건교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의 절차가 남은 상태로, 아직은 확정된 설계가 아닌 기본설계"라고 말했다.

이어 "화물기지를 우회하는 노선은 화물기지를 관통하는 노선보다 100여 길어지지만 산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교량을 건설할 필요가 없어 총공사비가 7000억원에서 6100억원으로 낮아진다"며 "기본설계는 건교부가 검토한 여러 안을 가지고 고속철도의 안전을 기본으로, 최소한의 공사비가 투입되는 노선을 찾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진균 주민대책위원장은 "교량 5∼6개가 줄어든다고 해서 900억원의 공사비가 덜 든다면 교량 1기의 건설비용이 200억원이나 들어가냐"며 "그렇다면 화물기지 외곽으로 노선을 변경할 경우 전반적으로 고속철도의 고도가 높아지는 부분에 대한 교량 건설비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문중묘역, 수련원 등은 생활시설이 아니지만, 갈산 2구는 조상대대로 내려온 50가구의 생계가 달린 삶의 터전"이라며 "죽은 사람들을 위해 산 사람들이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0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청원군청에서 호남고속철도건설사업 기본설계(안)의 공람을 개최한다. 그러나 부용면 주민들은 공람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더욱이 19일 현재, 청원군 관계자는 공람사실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지역주민들의 항의방문으로 공람 사실을 알았다.

갈산 2구 주민들은 화물기지를 우회하는 기본설계가 잘못됐다며 원안대로 화물기지를 관통하는 노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자신들의 기본설계안 대로 20일부터 공람을 강행하고 있어 적잖은 마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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