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아들
시인의 아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13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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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의 문학 칼럼
충주의 정태준 시인은 메밀꽃(1939, 조선문학사)의 작가 정호승 시인의 아들이다. 그는 충주댐이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집을 세우고 산다. 올 2월에 충주 모여고 교장으로 근무하다가 정년을 하였으니 지금은 조석으로 국궁을 즐기며 충주호와 남한강을 조망하며 시작에 몰두할 터이다. 그는 1996년 첫시집 '몽산포 가는 길'을 필두로 7권의 시집을 발간한 시인이며, 음악가다. 특히 정시인의 작곡집 '秋心'을 보면 그 수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에 그에게 시인의 아들로 살게 된 소감으로 물어보았더니 숙명이라고 했다. 피를 거역할 수 없는 그 무엇 때문에 시를 쓴다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 정호승 시인은 보통학교시절 음악 과목의 성적이 제일 뛰어났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그의 음악적 재능도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았음이 분명하다.

대전의 '문학사랑'社에서 정호승 시인의 문학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예정지는 남한강과 달래강이 합수되는 청금정 근처다. 아직 도로 확장공사가 매듭되지 않아 구체적인 위치는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충주의 권태응, 박재륜, 신경림 시인의 문학비와 더불어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어느 여인의슬픈 넋이 실린양햇쪽이 웃고 쓸쓸한메밀꽃메밀꽃은하이얀꽃그여인의 마음인양깨끗이 피는꽃모밀꽃은가난한꽃그여인의 마음인양외로이 피는꽃해마다 가을이와하이얀이 피여나도그마음 달랠길없어햇쪽이 웃고 시드는꽃세모진 주머니를 지어까-만 주머니 가득하이얀 비밀을 담어놓고아모말없이 시드는꽃'

-정호승 '모밀꽃' 전문-

정호승 시인은 1916년 1월 5일 충주시 교현동 420번지에서 출생하였다. 그는 1933년 창간되었다가 1939년 폐간된 문예 종합지 '조선문학'을 만들었다. 초기에는 소설가 이무영에게 발행을 맡겼다가 나중에는 편집과 발행을 직접맡아 운영한다. 그가 농민문학의 성향을 강하게 풍기는 것은 이무영 소설가의 영향으로 보는 것에 무리함은 없을 것이다.

정호승의 유일한 시집 '모밀꽃'은 1939년 조선문학사에서 출간된다. 위의 인용시 '모밀꽃'은 이 시집의 주제시에 해당한다.

일제 강점기 메밀은 구황작물이다. 비교적 파종에서 수확기간이 짧아 다른 작물을 수확하고 난 후작으로 많이 심겨지는 곡물이다. 그 메밀의 흰꽃은 늦가을 산골 따비밭에 산안개처럼 잠겨 있다가 삼각통의 각질 속에 흰 녹말을 채우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 사람의 마음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깨끗이 피는 꽃"이다. 그러나 그 정서는 "외로이 피는 꽃"이다. 이는 순결과 고절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일제시대의 우리 민족의 아픈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도 시인의 아들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시를 쓴다. 한 줄의 시심을 얻기 위해 그는 선친의 고향인 창동 마을을 서성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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