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스케치하다
불안을 스케치하다
  •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 승인 2021.01.1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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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해가 시작됐으니 그간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것들은 12월 31일로 종결되고 1월 1일부터는 좋은 일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다정한 덕담들이 램프의 요정이 소원을 들어주었던 것처럼 실현되기를 꿈꾼다. 마음은 이러한데 실상 희망가만 부를 수 없는 것은 마음 깊은 곳에는 걱정과 불안의 파도가 일렁이기 때문이다.

조미자 작가의 그림책 `불안'은 저마다의 불안을 만날 수 있는 마중물의 역할을 한다. 이 책은 제목부터 `난 불안을 이야기할 거야.'라고 말하고 있어, 불안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또는 불안에서 빠져나오고 싶어서 그리고 다른 이유들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첫 장을 펼치면 `사랑, 행복, 기쁨과 함께…… 불안도 내 안의 감정'이라고 쓰여 있다. 불안은 감정의 하나이니 우리 안에서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고 간혹 또는 자주 경험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며 그것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불안'은 그림책의 장점이 잘 발현되어 있다. 동물, 색, 선, 표정 등으로 불안을 가시화했는데, 흔들리는 눈동자. 강렬한 여러 색,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는 오리, 길거나 짧은 혹은 굵거나 가는 직선과 곡선들이 그러하다,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안내를 따라 불안을 만난다. 그리고 내 불안을 가시화해보고 싶은 욕구가 올라온다. 그것은 나의 불안을 외면하지 않는 좋은 시작이다.

프로이트는 불안을 생존과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누구나 불안을 느끼면 그것을 해결하고자 한다. 이때 생존 욕구는 불안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부지런히 방어기제를 작동한다. 전적으로 나를 보호해 주는 이가 있다면 불안은 가볍게 지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혼자 감당해야 하기에 방어기제는 다양하고 강하게 작동한다.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나의 존재는 내 삶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불안을 연구했던 앨버트 앨리스는 건강한 불안과 해로운 불안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건강한 불안은 신중성과 조심함, 긴장감 등의 모습으로 위험에 대처하게 하고 삶을 지속시켜 훌륭한 성과를 내게 한다. 하지만 해로운 불안은 극심한 두려움이나 공포감 등으로 나타나 위험한 상황에서 적절한 대처를 못하게 되어 신체적, 심리적인 악영향을 초래한다고 보았다.

가끔 지인들이 상담가라는 직업을 가진 나에게 부여하는 정체성 중 하나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며 불안지수가 낮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중에 불안을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난 그런 적 없어'라고 말한다면 조증을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나 또한 불안은 자주 찾아오는 손님과 같아서 종종 손님을 대접하느라 분주하다가 손님이 떠나고 나면 기운이 빠지기도 한다. 이처럼 불안은 인간이면 누구나 경험하는 감정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다.

불안장애는 걱정과 불안으로 시작되었다가 지속적으로 나타나 통제할 수 없게 되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울 때 진단된다. 불안이 지나치게 되면 긴장상태가 지속되어 자율신경계의 이상을 가져 온다. 강박적 사고와 강박 행동, 그 외에도 다양한 증상들이 발현되기에 잘 돌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다면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불안을 일회적인 사건이 아닌 내 삶의 일련의 사건들이나 상황들의 전체적인 양식으로 보았으면 좋겠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왜 그것을 원하게 됐는지. 불안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막연함이 가시화되고 구체화 되어 편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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