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고향 생각:국가균형발전 단상
추석을 앞두고 고향 생각:국가균형발전 단상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0.09.2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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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 변호사의 以法傳心

 

추석을 곧 앞두고 있습니다. 어디에 있든 고향을 생각하면 설레고 기다려지는 동심(童心)은 누구나 같을 것입니다. 고향을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일수록 그 동심은 더 간절할 테지만, 코로나사태가 여전하여 고향을 가지 못하고 고향 생각만으로 그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필자는 軍생활 동안 그리고 고시공부를 하는 동안 잠깐씩 서울 신림동 고시촌과 영동 황간의 반야사(般若寺)를 오간 것을 빼면 청주 토박이로 지내 왔음에도 오지랖 넓은 고향 생각에 종종 잠기곤 합니다.

모든 것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것으로부터 모든 지역이 골고루 잘 살자는 것을 헌법에서는 지방자치, 정부의 정책상으로는 국가균형발전이라고 표현합니다. 지금의 지방자치 개념은 국가(중앙정부)와 지방(지방자치단체)의 관계로서 지역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의원을 선출하지만 지방재정이 국가에 의존되어 있어 제한된 풀뿌리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수준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중앙정부에 대한 지방정부의 관계로서 지방재정이 충분해지고 지방정부가 지역주민에 대해 완결적인 책임주체가 가능해지는 것이 지방분권(地方分權)의 개념입니다.

물론 단일제(중앙집권형 대통령제) 국가인 우리의 경우 미국과 같이 연방제 국가에서 주(州)에 독립적 자치권이 부여되고 있는 경우처럼 같아질 수는 없습니다. 통일의 경우에는 과도기적으로나 최종 통일국가의 형태로 가능할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결국 헌법이 개정되고 지방재정이 넉넉해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그 지역의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풀뿌리민주주의를 통한 국민주권의 충분한 실현이 가능해지길 기대해 봅니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상(相)의 핵심은 행정수도 이전입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를 새로운 행정수도로 만드는 것입니다. 세종시와 접하는 청주시민들 중에 환영하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수도권으로의 모든 집중을 분산해야 하고 모든 지역이 골고루 잘 사는 결정적인 시발점으로 신행정수도 추진을 환영하지만 충분한 국가적 설계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신행정수도특별법이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된 바 있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세종시의 성격이 바뀌었지만, 당시 헌법재판소가 수도의 본질적 요소로서 국회와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소재지를 제시하였기 때문에(수도 서울이 관습헌법사항이라는 이례적인 고민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지금의 신행정수도가 이에 부합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중요합니다.

미완의 합의를 바탕으로 충분히 설계되지 않은 졸속의 수도 이전은 최고 권위의 헌법적 판단을 위반할 수 있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희석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충분한 국가적 설계와 합의만 가능하다면 충북 중북부지역, 경기 남동부지역, 강원 남서부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입지를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국가사업을 우리 지역으로 유치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다른 지역에서 박탈감이 생기지 않도록 합리적인 국가균형발전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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