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떨어지자 … 큰 손들 먹잇감됐다
가격 떨어지자 … 큰 손들 먹잇감됐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9.12.01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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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청주아파트 분양시장 이상열풍 왜?
(하) 투기 차단 나서야
2016년 하반기부터 대부분 3천~5천만원 떨어져
기준금리 1.25% 수준 … 부동산 `안정성'에 관심 ↑
2~3년간 공급 물량·갭투자 비용 적어 집중 구매
중도금 無·분양가 10% 있으면 가능 … 내지인 가세
2~3년후 프리미엄 받고 빠지기 … 실수요자만 피해
“지자체서 기획부동산 등 투기 차단” 목소리 높아져
첨부용. 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뉴시스
첨부용. 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뉴시스

 

청주 분양시장에 과열 열풍이 부는 것은 저금리의 영향이 크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며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가 열렸다. 현재 기준금리는 1.25%로 설정되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혜를 받는 것은 단연 부동산이다. 통상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중 은행의 예·적금은 물론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순차적으로 하락해 좀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에 유동 자금이 몰리기 때문이다.

현재 1% 초반까지 금리가 떨어진 상황에서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자들까지 부동산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청주에 외지 투기자본이 몰리는 것은 아파트 가격이 크게 떨어진 탓도 있다. 청주의 부동산 시장은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대부분의 아파트가 3000만~5000만원 가량 가격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청주 흥덕구가 지난 8월부터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11월 3주(18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를 보면, 청주 상당·청원·서원구는 보합이거나 하락했지만 흥덕구는 0.01%포인트 상승했다.

기존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외지인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분양시장은 더욱 뜨겁다.

올해 4월~10월까지 서울 거주자들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투자한 곳 1위가 흥덕구다. 부산과 광주, 울산을 찍고 청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2~3년 동안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데다 흥덕구는 청주 테크노폴리스 등 개발 호재가 분양 과열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10월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아파트 5만8311건이 거래될 때 서울 거주자가 서울이 아닌 지역의 아파트를 매매한 사례가 338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13대책' 이후 최고치다.

특히 서울 거주자들은 지방 아파트를 집중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외지 투자자들이 보는 청주는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갭투자 비용이 적게 드는 지역으로 꼽고 있다.

부동산 관련 사이트에도 청주 흥덕구를 투자 적지로 부추기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청주의 외지인 아파트 매입은 10월 333건을 기록해 8월 156건, 9월 270건에서 크게 늘어나 지난 2017년 6월 이후 가장 많았다. 여기에는 부동산 스타 강사의 조력도 한몫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의에서 어느 특정 지역이 언급되면 그곳에서 집중적으로 구매가 이뤄진다.

청주의 한 공인중개사는 “작전 주식과도 같다”고 했다. 주가를 올려 개미 투자자들이 붙기 시작하면 빠지는 구조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정 단지를 정해 물건을 사들이면서 가격을 올려놓고, 결국 실수요자들이 그 가격을 받으면 털고 나간다”며 “실수요자들은 그만큼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구입할 수 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내지인들도 가세하고 있다. 중도금이 없는 데다 분양가의 10%만 손에 쥐고 있으면 계약이 가능해 시세차익을 노려볼 수 있어서다.

전국 최장기 미분양관리지역인 청주에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좋은 현상으로 불 수 있다.

하지만 1년이나 2~3년 뒤 프리미엄을 받고 빠지는 외지투자는 결국 지역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떴다방과 기획부동산 등 시장을 교란하는 부동산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투기 차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부동산 전문가는 “되겠다는 분석을 하고 투자를 했겠지만, 동시에 이 사람들이 호재를 만들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올라간 가격은 결국 마지막에 청주지역 실거주자가 떠안아야 한다”고 했다.


/이형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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