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대기팀
5분 대기팀
  • 김학성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시설과 주무관
  • 승인 2019.07.0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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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시설과 주무관
김학성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시설과 주무관

 

임용 후 벌써 2년9개월째 접어들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일의 숙련도, 업무 파악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 배워야 할 것이 산더미 같다. 날마다 새로운 것을 접하며 바쁘게 보내는 것에 살아있음을 느끼며 힘들어서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어질 땐 취준생, 공시생 시절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첫 발령을 상수도사업본부 시설과로 받아 누수 관리팀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엔 `누수 관리팀'이라는 팀 이름이 정말 생소했으며 어떠한 일들을 하는지 크게 와 닿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수돗물이 누수가 돼 도로 위로 솟구치는 것을 본 적도 없고 누수로 인한 단수로 불편을 겪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수가 얼마나 자주 되겠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있다.

나의 업무와 팀의 중요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선배 주무관들과 팀장님이 비상이 자주 걸리니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 하셨을 땐 겁을 주려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직 준비가 안 된 새내기를 혼내기라도 하듯 입사 후 두 달 동안은 거의 매주 주말마다 비상이 걸려 출근을 했다. 터파기 공사를 하다 상수도관을 파손해 작은 동네나 면의 2~3개 마을(里) 정도의 규모가 단수가 되는 일이 허다했고 갑자기 물이 안 나오면 밥은 어떻게 먹고 장사는 어떻게 하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민원 전화로 욕을 먹는 것도 일상이 됐다. 주민의 신고로 누수를 발견했지만 복구가 쉽지 않아 새벽까지 공사해 밤을 새우는 일도 부지기수였으며 복구를 위해 이틀 밤을 새운 적도 있었다. 이 모두가 입사하고 두 달 안에 생긴 일이었다.

우리 팀에는 단순한 급수 불편으로 하루 평균 20여 건의 민원이 들어오고 누수로 인한 크고 작은 공사가 하루 평균 3~5건이 발생한다.

업무를 천천히 파악할 새도 없이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배울 수밖에 없는 민원 해결 팀이다. 많은 민원을 겪으며 그제야 `내가 우리 팀의 중요성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구나.'라고 누수 관리팀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으며 선배 주무관들에게 고해성사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 잠을 잘 때도 혹시 모를 새벽 비상에 대비해 머리맡에 휴대폰을 놓고 잠들었으며 주말엔 청주시 밖으로 나들이 가는 것도 불안해 긴장하며 지냈다.

사실 이렇게 시민들에게 깨끗하고 맑은 물을 안전하게 공급하기 위해 평일, 주말 불철주야 애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누수를 해결하기 위해 20여 명이 항상 대기하고 있으며 필요시 비상 급수를 위해 상수도사업본부 시설과 전체가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의식주를 통틀어 잠깐이라도 없다면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 단연코 `물'일 것이다. 그만큼 급수 불편에 대해 예민하고 답답한 것을 알기에 민원의 강도가 셀지라도 수화기 너머로 오는 분노와 화를 감내한다. 하지만 누수를 100% 예방하고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신속하게, 조금이라도 완벽하게 복구하려는 5분 대기팀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믿음을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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