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장의 증언
조리장의 증언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6.12.12 2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요리사는 매주 봤다는데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그야말로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한상훈 전 청와대 조리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최순실씨가 지난 6월까지 거의 매주 청와대에 드나들었다”고 폭로했다.

최순실씨가 문고리 3인방과 청와대 대통령 관저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회의를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그 회의에 대통령이 잠깐 참석한 적도 있다고 밝혀 박 대통령이 사실상 최씨의 국정 농단을 `용인'했음을 증언했다.

이 정도라면 최씨의 청와대 무단 출입이나 청와대에서의 약물 주사, 연설문 수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박 대통령을 제쳐놓고 사실상의 대통령 행세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그 끔찍한 국정농단의 실상, 국민 주권 침해 사실이 명백해진 것이다.

한씨의 폭로에 따라 여론의 관심은 당연히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쏠리고 있다.

최씨와의 관계에 대한 국회와 언론의 집요한 추궁에도 모르쇠로 일관한 김 전 실장. 그의 비서실장 재임 기간은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다. 한 전 조리장의 재임 기간이 2009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이니 적어도 두 사람은 18개월 간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그런데 요리사가 매주마다 봤다는 최순실을, 자신의 부하 직원들(문고리 3인방)과 매 주말 회의를 했다는 최순실을 비서실장이라는 사람이 18개월 간 정말 못보고, 몰랐었을까.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왕따'를 당할 정도로 무능했거나. 두 가지 경우 말고는 없을 것 같다.

한 전 조리장은 또다른 증언을 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이 점심과 저녁 식사를 관저에서 혼자 했다는 것이다. 한씨는 “세월호 사고 당일 낮 12시와 오후 6시에 각각 점심과 저녁 식사가 관저에 들어갔고 대통령이 혼자 1시간 동안 다 비웠다”면서 “대통령은 평소에 TV를 보면서 혼자 식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배가 뒤집혀 어린 학생들을 포함해 300여명의 국민이 수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평소처럼 집에서 혼자서 점심 식사를 한 대통령. 그뿐인가. 배가 완전히 침몰한 후 실낱같은 희망으로 전 국민이 발을 동동 구르는 골든타임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현장에 날아가기는커녕 재해대책본부를 떠나 관저에 돌아와 또다시 혼자 식사를 했다.

국가 최고 권력기관이자 국민 안전의 최후 보루로서 당연히 국가 비상시 총 사령탑 역할을 해야 할 대통령이 그 긴박한 상황에서 집무실을 벗어나 혼자 식사를 하고 외부에서 미용사를 불러 머리 손질로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 이게 과연 정상적인 나라일까.

이제 국회의 탄핵 결정과 함께 서서히 조금씩 베일이 벗겨지는 세월호 7시간 동안의 청와대의 민낯. 지금까지 드러난 것 말고도 어떤 또다른 충격적인 진실이 파묻혀 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