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테러범 후원자, 구글 광고로 매달 수천달러 벌어
자카르타 테러범 후원자, 구글 광고로 매달 수천달러 벌어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6.05.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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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호텔 테러범을 후원한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구글 광고로 매달 수천 달러 상당의 수익을 얻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무함마드 지브릴 압둘 라흐만은 자신이 운영하는 지하드(이슬람 성전) 선전용 홈페이지인 '아라흐마흐닷컴'(Arrahmah.com)에 다국적 기업 광고를 유치했다. 기업에는 시티그룹과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포함됐다.

'지하드의 왕자'(Prince of Jihad)라고 불리는 라흐만은 알카에다 연계 조직 제마 이슬라미야(JI)의 핵심 조직원이다. 2009년 자카르타 호텔 테러범에게 1만 달러를 지원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5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유엔에 의해 자산 동결·여행 금지·무기 금수 등 제재도 받고 있다.

라흐만이 아라흐마흐닷컴 광고 유치에 이용한 대표적인 중개 서비스는 구글의 애드센스(AdSense)다. 광고를 누르면 기업 홈페이지가 아닌 아라흐마흐닷컴에 올린 인질 참수 및 교수형 이미지로 연결된다고 FT는 전했다. 라흐만은 애드센스 외에 다른 광고 중개 서비스를 이용해 이 같은 허위 유인 광고를 유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FT는 방문 기록에 비춰봤을 때 라흐만이 광고 유치로 수천만 달러 상당을 벌어들였을 것이라고 추산했지만 정확한 수익 규모는 보도하지 않았다. 온라인 데이터분석 업체인 시밀러웹에 따르면 아라흐마흐닷컴 '지하드 존' 세션 방문 기록은 매달 평균 60만 건에 달한다.

싱가포르 난양(南洋) 공대 정치폭력·테러연구 국제 센터(ICPVTR)의 로한 구나라트나 소장은 "해당 홈페이지의 목적은 (무슬림 내) 분열을 일으키고 사람들을 극단주의 사상에 물들게 해 조직원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라흐만은 동남아시아에서 온라인 활동으로 가장 악명이 높은 테러리스트"라고 설명했다.

테러리스트가 애드센스를 이용해 돈을 번다는 사실을 구글이 알고도 묵과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미국법에 따르면 테러 조직에 자금을 지원할 경우 최대 징역 20년과 벌금 100만 달러를 선고할 수 있다.

FT의 취재가 시작되자 구글은 아라흐마흐 닷컴의 계정과 관련 광고를 모두 삭제했다. 구글 측은 "해당 사이트는 이용약관을 위반했기 때문에 계정을 폐쇄했고 피해를 본 광고주에게 배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한 배상액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아라흐마흐닷컴의 사례로 1600억 달러 규모인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과연 면밀한 감시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구글의 광고 서비스가 잘못 사용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해 악성 광고 7억8000만 건을 삭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은 광고와 무관한 링크로 유도하는 광고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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