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26>
궁보무사 <226>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0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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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떤 미녀를 원하는가"
3. 방서를 아는가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하하하. 그야 물론이지. 밥을 준다고 하면 당연히 반찬은 함께 딸려 나오는 것이 아니겠느냐 네 두 눈알이 휘까닥 뒤집힐 정도로 아주 예쁜 미녀를 내가 내려줄 것이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너는 한벌성의 그 계집만 산 채로 잡아서 내게 가지고 올 궁리나 하여라."

오근장 성주가 실로 오랜만에 너털웃음을 크게 터뜨리며 말했다.

"저에겐 그러한 일이 별로 어렵지 않사오나 제가 그 일을 하기에 앞서 딱 한 가지, 아니 딱 세 가지만 성주님께 드릴 부탁이 있사옵니다."

방서가 오근장 성주를 똑바로 올려 쳐다보며 다시 말했다.

"부탁 그래, 어서 말해 보아라."

"첫째, 성주님께서는 팔결성 암퇘지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주옵소서."

"뭐라고"

방서의 말에 오근장 성주의 눈초리가 위로 바짝 치켜 올라갔다.

"아무리 말을 못하는 가축이지만 귀중한 자기 그곳이 찢겨져 나가는 아픔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죄가 있다면 한벌성 부용아씨에게 있는 것이고, 그 값은 마땅히 부용아씨가 치러야만 할 것이온즉, 제가 한벌성 안에 들어가 그 여자를 산채로 잡아 성주님 앞에 바칠 때까지만이라도 성주님께서는 부디."

방서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삼외 무사들이 일제히 칼을 뽑아들며 큰소리로 외쳤다.

"무엄하다!"

"발칙한 놈! 성주님께서 하신 일을 감히 나무라다니"

그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방서를 향해 빼어든 칼을 그대로 날려버릴 것만 같은 무서운 기세였다. 이 바람에 방서를 데려온 장수 외북은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온몸을 부르르 떨어대기만 했다.

"아, 가만있어라."

오근장 성주는 가만히 손을 내밀어가지고 잠시 어수선해진 주위를 진정시킨 후, 한결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방서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이렇게 다시 말했다.

"좋다! 네 의견을 받아들여 나는 이제 더 이상 암퇘지들에게 엉뚱한 화풀이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 어쨌든 나는 암컷의 그곳을 찢어내는 일에 익숙해져 있으니 그 힘과 기술을 가만히 아껴두고 있다가 만약 네가 한벌성 그 조그만 계집을 사로 잡아온다면 혼신의 힘을 다 쏟아부어 내가 그런 방식으로 그 계집을 처리해 버릴 것이다. 자, 그리고. 네가 내게 또 부탁할 일이 뭐냐"

"감사하옵니다. 미천한 이 몸의 의견을 성주님께서 이토록 자상하게 들어주시다니 저로선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제가 성주님께 또 부탁드리고자 하는 것은, 만약 이번 일을 성공시켜 제가 성주님으로부터 꽃과 같은 미녀를 받게 된다면 그 미녀를 제가 팔결성 밖으로 데리고 나가 살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하하하. 그것 역시 허락하겠노라.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오근장 성주가 몹시 유쾌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염치없이 한 말씀 더 올리겠사옵니다. 오늘 밤 저에게 미녀 하나를 보내주시옵소서."

"뭐 뭐라고"

갑자기 오근장 성주의 입가에 웃음이 싹 가셔지고 눈초리가 위로 바짝 치켜 올라갔다.

"이러한 일에는 위험이 항상 따르는 것, 혹시라도 일을 행하는 도중에 제가 죽거나 다치던지하면 저로선 너무나 허무하고 또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조금이라도 손해가 덜 가도록 이번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제가 미녀 맛을 좀 보도록 해주십시오."

"허허. 미녀를 꽤나 밝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너는 어떤 미녀를 원하는가"

오근장 성주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방서에게 물었다.

"바로 저 미녀이옵니다."

방서가 진작부터 점을 찍어 두고 있었는지 아까부터 다소곳한 모습으로 오근장 성주 바로 옆에 서있던 미녀 하나를 집게손가락으로 재빨리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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