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46>
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46>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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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을 알려주는 신비한 돌
홍수와 가뭄을 조절하는 음양석

'개가 해를 물면 가뭄이 든다'거나, '해 안에는 세 발 가진 까마귀(三足烏)가 있다'는 등의 중국 설화에서 해를 무는 개와 까마귀는 태양의 흑점(黑點)을 의미한다. 개가 해를 문다는 것은 태양의 흑점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여 '태양 흑점이 많아지면 가뭄이 온다'라는 설화가 생겨난 듯 싶다.

기후 통계자료를 보니 1645년부터 1710년 사이에 작은 빙하기라고 불리던 때, 태양 흑점이 적었던 기간과 일치했으며, 1930년대에 흙모래 폭풍이 불었던 시기도 흑점이 적었던 기간이었다. 어느 기상학자가 가뭄과 흑점 주기에 대하여 조사해보니, 극대기 부근에서 가뭄이 일어나는 경우는 39.7%였고, 극소기 부근에서는 40%였다고 한다. 결과대로라면 가뭄은 태양 흑점의 극대기와 극소기 부근에서 전체의 8할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기원전의 역사에서 이러한 기록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당시에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커서 가뭄을 예측한 여러 방법들이 전해진 것으로 생각된다. 흑점이 많아지면 가뭄이 든다는 설화는 설화 이상의 기상학적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중국 절강성의 영가현에서 서쪽으로 4km 떨어진 곳에 천신산이 있다. 전설에 의하면 양(楊)씨 성을 가진 남자와 부인이 그곳에 살고 있었다. 부부의 금슬은 좋았으나 품을 팔아 생계를 이어갈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 부부에게는 맑은 날과 흐리고 비오는 날을 미리 아는 능력이 있었다. 날씨를 미리 알려주어 마을 사람들의 생업을 크게 도와주던 부부가 어느날 하직 인사를 하고 산속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부부를 찾아 산속으로 들어가 보니 부부의 모습을 닮은 돌이 있었다. 사람들은 사당을 지어 두 사람을 모셨다. 그 후 사람들은 이 산을 하늘의 신이 사는 산이라 하여 천신산(天神山)이라고 불렀다.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날 때 천신(天神)에게 제사를 지내면 가뭄과 홍수가 끝났다고 전설로 전해진다.

중국 호북성에 난류성(難留城)이라는 곳이 있다. 산꼭대기에서 서쪽으로 400m 떨어진 곳에 동굴이 있는데, 수백 명은 족히 들어갈 만큼 동굴 속이 넓다고 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마을 사람들이 동굴 속으로 피신했다고 하여 난(難)을 피해 묵었던(留) 곳이라는 뜻의 난류성이라고 부른다. 동굴 속으로 백 보쯤 걸어 들어가면 커다란 돌 2개가 2m정도의 사이를 두고 나란히 서 있다. 한 개의 돌은 언제나 습기를 머금고 있어 음석(陰石)이라고 하고, 다른 한 개의 돌은 늘 바짝 말라있어서 양석(陽石)이라고 한다. 돌 2개를 합쳐 음양석(陰陽石)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돌이 젖어 있거나 마른 정도를 가지고 장마가 올 것인지, 가뭄이 들 것인지를 예측했다고 한다. 가뭄을 미리 알려주는 일도 했지만, 음양석의 가장 큰 역할은 가뭄을 그치게 하거나, 비가 오게 하는 것이었다. 비가 많이 내려 장마가 지면 마을 사람들은 화려한 옷을 입고 채찍으로 양석을 때렸다고 한다. 그러면 금세 비가 그치고 맑아졌고, 반대로 가뭄이 계속될 때 음석을 채찍으로 때리면 비가 쏟아져 내렸다고 한다.

위의 두 신화는 공간적인 차이는 있지만, 가뭄과 홍수를 예견해 주는 돌이 등장하고, 돌에 제사를 지내거나 채찍으로 때리면 가뭄과 홍수가 그쳤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신화에서 돌이 가뭄이나 비를 미리 알려주었다는 것은 돌의 특성을 잘 나타낸 것이다. 돌이 건조한가, 습기를 머금고 있는가의 정도에 따라 날씨가 맑을 것인지, 비가 올 것인지를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독에 눈물이 맺히면 비'라는 속담이 있다. 상수도가 보급되어 도시나 시골이나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쏟아지는 요즘에야 물독 구경하기가 힘들지만, 외딴 시골에 가면 아직도 물독을 사용하는 집이 더러 있다. 물독에 눈물이 맺힌다는 말은 물독의 바깥 표면에 방울방울 물방울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기압골이 접근해 오면 공기가 따뜻해지면서 습도가 높아지지만, 물이 들어있는 물독은 바깥 공기의 온도와 함께 변하지 않는다. 물의 비열이 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독은 본래의 온도에서 큰 변화가 없으나, 바깥 공기의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물독과 온도차가 발생하게 된다. 이때 온도가 높고 습기가 많은 바깥 공기가 찬 물독에 부딪치면 냉각되어 응결하게 된다. 즉 물독의 바깥부분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이다. 물독이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기압골의 접근을 암시한다. 기압골의 접근은 비가 올 가능성이 높기에 이런 속담이 생긴 것인데, 물독이 눈물을 많이 흘릴수록 비가 올 확률은 높아진다. 이처럼 습기에 민감한 돌이나 물독의 상태를 보고 비와 가뭄을 판단한 것은 지극히 과학적인 생활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음양석에 전해오는 이야기 중에 채찍으로 돌을 때린 사람은 오래 살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채찍으로 돌 때리는 것을 꺼리자 큰 가뭄이나 대홍수가 들기 전에는 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천신산의 돌을 사람이 변한 하늘의 신이라고 믿고 제사를 올린 것처럼, 음양석 또한 신이 내림한 것이라고 생각하여 감히 때리지 못했던 것이다. 자연에도 격(格)을 부여하고 경외하며 살았던 옛 사람들의 지혜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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