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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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0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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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제화장장에서
이 지 현

작은어머님 장례를 마치고

점심으로 모두 갈비탕을 시켰다

숟갈에 떠지는 뿌연 뼛가루 물

육포처럼 뻐덕뻐덕한 살코기 몇 점

온몸을 잡아채는 오싹함

내가 지금 무엇을 먹고 있나

시집 '서설'(고두미)중에서

<김병기시인의 감상노트>

어제의 사람을 오늘 다 태우고 나니 세상 일 허망한 것이야 어찌 말로 이르겠는가. 삶 하나가 한 줌으로 가루가 되는 걸 보며 속절없이 매달려봐야 무엇하겠는가. 하는 수 없이 손 안의 바람을 풀어 보내듯이, 그 분 오셨던 곳으로 다시 보내드리고 나니 허기가 진다. 덧없음을 한해야 이미 시간은 멀리 갔으니, 산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하는 것. 갈비탕 안에 들어 있는 것들 생각하니, 죽음의 헌신이구나. 죽음을 우려낸 해골탕을 먹으려다 말고 생각하니, 그 음식이 금방 보내드린 작은 어머님께서 보내신 봉송이구나. 산다는 건, 죽음을 포식하는 것. 산다는 건, 죽음을 아름답게 모신다는 것을 알겠구나. 두려워하지 마라, 세상사는 목숨 중에 죽음으로 배부르지 않은 것들 없다. 그러하노니, 죽은 그들을 생각하며 모시는 일이 밥 모시는 일임을 알리라. 그래서 제삿날에는 죽은 자가 산 자를 불러 모아서 먹이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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