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지사의 ‘동지’ 규합
안희정 지사의 ‘동지’ 규합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5.12.2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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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조한필 부국장(내포)

동지(同志)는 목적이나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다. 특히 정치적 이념을 함께 하는 사람을 말할 때가 많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많이 사용한 호칭이다.

영화 ‘암살’의 마지막 장면. 밀정 염석진(이정재)에게 묻는다. “왜 동지를 팔았나?” 이어 안옥윤(전지현)의 총이 불을 뿜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쓰던 중국서도 사용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경찰을 부를 때(民警同志) 쓸 뿐이다. 이런 동지를 모처럼 공식석상에서 들었다. 지난 17일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송년기자회견 자리였다. 내년 총선에 나서는 측근들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기자가 무심코 정치인들 측근을 가리키는 통상적 용례에 따라 ‘안희정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안 지사의 귀에 이 단어가 거슬린 모양이다. “안희정 사람들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들은 정치적 목표를 함께하는 동지들”이라고 표현을 바꾸며 동지란 단어가 튀어나왔다. 그는 이후 ‘정치적 목표와 비전을 같이하는 사람들’, ‘(나에게) 투자해 함께 주주가 되는 사람’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더 나아가 “이런 동지들 규합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치적 목표를 함께하는 사람, 동지, 규합 등의 수사(修辭)가 충남도정과는 크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안 지사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주저 없이 사용했다.

요즘 안 지사는 야망을 숨기지 않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으로 야권이 요동치고 있다. 안 지사에게 중요한 계기가 찾아올 수 있는 시점이다.

며칠 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으면 그때 (대권에) 도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베레스트 등정을 하면서 정상 정복을 위한 마지막 등반조를 짤 때는 제일 마지막 상황에서 결정한다. 애초 짠 주자들이 정상 직전 갑자기 아플 수도 있기 때문에 다시 조를 다시 짤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 당에서도 어떻게 누구에게 기회가 생길지 알 수 없다.”

안 지사는 정치인이다. 잠재적 대권주자다. 정상(대통령) 정복을 위한 마지막 등반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앞으로 어떤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 내가 결정할 문제도 아니고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대권주자를 국민 여론이 만들어 내는 건 맞지만 당내 후보 경쟁을 위해선 많은 동지가 필요하다. 현역 의원은 박수현 의원(공주)이 유일하다. 정재호 전 충남지사 선대위총괄본부장, 김종민 전 충남도 정무부지사, 박정현 전 충남도 정무부지사, 권혁술 전 충남도 비서실장, 이후삼 전 충남도 정무비서관 등 5, 6명이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그중 4명은 충남도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이다. 아직까진 당선이 유력시되는 사람은 드물다.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을 지낸 정씨의 경우 고양 덕양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유력한 야권 경쟁자만 4명이다.

안 지사가 대권 도전을 위해선 더 넓게 ‘동지 규합’에 나서야 한다. 정치인은 동지로만 뭉치는 게 아니라 바람 부는 데로 쏠리는 존재들이니 쉽게 규합될 수도 있어 다행이다.

도지사 임기는 2018년 6월까지이고 대통령 선거는 2017년 12월이다. 안 지사가 ‘등반조’에 끼어 당내 경선 및 본선을 치르면 충남도정은 수개월에서 최대 1년의 도지사 공백기를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우리 고장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오는데 그깟 도정 공백이 대수냐”고 말할 사람도 많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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