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22>
궁보무사 <222>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2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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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덕 어른! 이번에도 막중한 일을 맡으셨다면서요"
7. 가경처녀와 부용아씨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얘! 너 혹시 헤엄칠 줄 아니"

부용아씨가 이제 볼일이 다 끝났으니 벗어놓은 옷을 다시 입으라는 시늉을 해보이고는 자기도 옷 한 가지를 집어서 입으며 가경처녀에게 다시 물었다.

"네, 조금 칠 줄 알아요."

가경처녀는 조금 전에 벗어놓았던 옷을 집어 부끄러운 곳부터 얼른 가리면서 대답했다.

"응 산속에 살면서도 헤엄치는 걸 다 배웠어"

"네. 제가 사는 곳 근처에 커다란 폭포가 있거든요. 그 폭포수 바로 아래 깊게 고인 물속에서 어렸을 때부터 헤엄치고 놀았어요."

"그래 그럼 헤엄깨나 치겠구나. 좋다. 너 언제 나랑 헤엄치러 나가자꾸나."

"네 아씨랑 헤엄을요"

"뭐 어때서 그러니 너도 여자요 나도 여자인데 함께 발가벗고 헤엄을 친다고해서 누가 뭐랄 사람도 없을 텐데."

"하, 하지만."

"호호호. 괜찮아! 우리 한벌성에서 남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명암이라는 곳에 있는 호수를 내가 알고 있거든. 그곳에는 호랑이가 자주 나타난다고 해서 사람들 인적이 아주 뜸한 곳이지. 내가 어렸을 때에 우리 어머니께서는 여자 무사들과 나를 데리고 거기에 가셔서 시원하게 멱을 감고 돌아오기도 했단다. 요즘 같이 이렇게 칙칙하고 더운 날씨에는 시원한 물속에 퐁당 뛰어들어가서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다든"

가경처녀는 부용아씨의 말에 아무 대꾸도 못하고 그저 다소곳이 앉아만 있을 뿐이었다.

한편, 한벌성 율량 대신은 자기 오랜 친구인 내덕을 급히 불러가지고, 가경처녀가 말한 동굴로 빈마차를 끌고 들어가서 그 안에 가득 들어차 있다는 약초와 동물 가죽들을 몽땅 다 꺼내 싣고서 한벌성으로 돌아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물론 이것을 마다할 내덕이 아니었다. 잘하면 최소한의 떡고물이 보장되어있는 일인데 어찌 그가 이것을 싫다고 하겠는가.

"자네 혼자서는 조금 힘이 들 터이니, 사람들을 모아가지고 사천이랑 함께 가보게나."

평소 자기 친구 내덕이 공짜를 무척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는 율량이 이렇게 말하였다.

"그, 그러지 뭐."

내덕은 어쩔 수 없이 그러마하고 대답은 했지만, 비교적 깐깐한 성격을 지닌 사천이 이번에도 함께 가야한다는 것이 그로서는 약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내덕과 사천이 한벌성주의 명을 받들어, 빈 수레 여러 대를 가지고 가경처녀가 주기로 한 동물가죽과 약초 등등을 한벌성 내로 들여오기 위해 곧 출발한다는 소문이 나자 가장 몸이 달아오른 사람들은 어제 그를 따라갔던 자들이었다. 뭔가를 노골적으로 바라고 있던 내덕에게 아예 모른 척 입을 싹 닦아버렸으니 그들로선 이만저만 걱정이 되는 게 아니었다.

"아이고! 다른 사람들 다 놔두고 왜 하필 내덕이 또 가나"

"그러게말야."

"사적인 감정 때문에 내덕이 이번엔 우리를 부르지 않을 텐데."

"아! 이걸 어쩐다지"

"쯧쯧쯧."

그러나 이렇게 말로만 떠들어대며 걱정만 하고 있을 사람들이 아니었다.

수동은 재빨리 순발력을 발휘하여 자기 마누라가 끼고 있는 금반지 한 개를 빼내가지고 허둥지둥 내덕을 먼저 찾아갔다.

"내덕 어른! 이번에도 또 그 막중한 일을 맡으셨다면서요"

수동이 아주 간사한 미소를 띠며 지금 막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내덕에게 다가가 공손히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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