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發 축배는 아직 …
무디스發 축배는 아직 …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5.12.2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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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 국내 금융시장에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다. 주말에 들려온 낭보 때문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19일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등급으로 상향 조정해 발표했다. 기존 ‘Aa3’에서 ‘Aa2’로 한 단계 올렸는데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도 우리나라가 받지 못했던 사상 최고 등급이다.

무디스는 2012년 8월 27일 우리나라의 등급을 A1에서 Aa3로 올린 지 3년 4개월 만에 다시 상향 조정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 독일, 캐나다, 싱가포르, 영국, 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8번째로 재정 건전성이 좋은 나라로 평가받게 됐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한 단계 아래인 Aa3, 일본은 두 단계 아래인 A1에 머물러있는 상태다.

무디스의 평가 덕분에 당장 국내 금융 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다. 하락세를 이어가는 다른 아시아권 국가들과 달리 국내 증권시장은 21일 상승 마감했다. 외국인이 14거래일째 매도 우위를 보였지만 기관이 대규모 매수에 나서면서 코스피 지수는 5.87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의 신용등급 상승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더는 하락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심리에 개인 매수세도 이어졌다.

이번 무디스의 신용등급 조정은 실제 한국 경제에 큰 호재가 되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에 이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악재로 신음해 온 국내 주식시장은 이번 무디스의 평가로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빠르게 안정세를 찾을 전망이다. 한국이 안전한 투자처라는 인식에 그동안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 자금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무디스의 발표 하루전인 18일 서울시립대에서 주목할 만한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국제경제학회가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했는데 세미나 주제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심화와 한국경제의 진로’였다.

이날 주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모두 한국 경제를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보면서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제일 먼저 나선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은 ‘한국 산업 위기인갗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현재 한국 정부와 기업에서 (경제) 활력을 찾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철강, 조선과 같은 주력산업을 보호하는 데 매여 있다”고 지적하며 “조선의 경우 국내 3사가 제조 기술은 좋으나 기획·설계 능력이 떨어져 실제 이익은 설계 능력이 뛰어난 유럽 기업들이 모두 가져간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조업 기술만 갖고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며 “기획, 디자인, 설계, 유통 등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1대학 경제학박사 출신으로 OECD 무역국 수석행정관, 한국-EU 학회장(현) 등 경력에다 국책연구기관의 장이라는 신분으로 내던진 ‘일갈’이기에 세미나장 분위기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이어 연단에 오른 학자들도 고령화, 과다한 가계부채 등 한국경제의 위기 상황을 지적하며 해법과 문제점을 내놓았다.

‘깜짝 놀랄 수준의 (경제) 개혁’(김경수 성균관대 교수), ‘(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 결여’(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투자 억제하는 규제 철폐’(박원암 홍익대 교수) 등. ‘무디스 발(發) 축배’는 시기상조라는 말을 이구동성으로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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