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만화소급 아파트 CCTV
130만화소급 아파트 CCTV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5.12.14 2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요즘 국내 CCTV업계가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 국내 모든 어린이집(학부모가 반대하는 집은 제외)에 100만 화소급 이상의 CCTV를 설치하도록 했다.

설치마감 시한은 오는 18일. 이때까지 CCTV를 설치하는 어린이집에는 총 설치비의 80%에 해당하는 정부·지자체 보조금이 지원된다.

이 때문에 갑자기 CCTV업계가 바빠졌다. 국내에서 CCTV를 설치해야 하는 어린이집 수는 모두 4만2000여곳이다. 1곳당 보통 4대 이상의 CCTV를 설치해야 하는데 총 설치비용이 600억원대에 달한다. 잠잠했던 CCTV 시장이 갑자기 부산해진 이유다.

정부가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강제한 이유는 지난 1월 발생한 인천 송도 모 어린이집의 아동 폭행사건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믿고 맡긴 자녀를 어린이집 여교사가 폭행한 사건이 CCTV 영상을 통해 고스란히 TV로 전해지면서 국회가 계류 중이던 관련 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어린이집이 ‘아동학대 범죄현장’이 될 수 있다는 국민 정서가 우세해지면서 ‘교사 인권침해’ 등의 반론은 수그러들고 말았다.

보안용 CCTV 시장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분야에도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11일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이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사업자는 130만화소 이상의 CCTV를 단지 내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공동주택단지 내에서의 범죄 예방을 위한 조치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 등 제재를 받게 된다.

정부가 공동주택단지 내 CCTV 화소수를 현행 41만화소에서 130만화소 이상의 HD급 고화질로 전환토록 한 것은 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사실 기존 41만화소급의 CCTV는 있으나 마나였다.

어두워지면 유명무실한 존재였다. 불빛이 있는 곳에서조차 사람이나 차량 형태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고, 당연히 차량 번호판 식별도 불가능했다.

경찰이 단지내에서의 강·절도사건 발생 시 관련 CCTV 영상을 확보하고도 화질 저하로 입증을 하지못해 애를 태우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 개정안에 국민이 호응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미 지어진 공동주택들이다. 얼마 전 국회교통위 소속 이완영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국내에 LH가 지은 아파트에 설치된 CCTV 5만9000개중 99.5%가 차량 번호나 얼굴 식별이 불가능한 41만화소 이하급”이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 지적대로 LH가 지은 아파트가 이 정도라면 다른 민간아파트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지어진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그냥 발을 빼는 모습이다. 당신네 울타리 안에서의 문제이니 입주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하지만 그렇게 방관할 일은 아니다. 국민 절반이 아파트에 살고 많은 수의 입주자대표회의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시급한 사안(단지 내 범죄 예방을 위한 CCTV시설 개선)을 무작정 자율에 맡길 필요가 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