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예산 전쟁인가
누구를 위한 예산 전쟁인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12.13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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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연지민 취재3팀장(부장)

충북도가 내년 예산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충북도의회 상임위가 내년도 예산을 전례 없이 대폭 삭감하면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마찬가지다. 연말이 되면서 예산을 두고 벌어지는 행태를 보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에 줄을 대며 소리없는 예산확보 전쟁을 치르더니, 지자체에선 당리당략에 따라 예산이 줄었다 늘었다 한다.

충북 역시 예외가 아니다. 충북도의회의 예산심의 과정을 보면 공평의 잣대가 보이지 않는다. 예산을 둘러싼 전쟁은 무상급식으로부터 출발했다.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을 두고 설전을 벌이더니, 어린이집 누리 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싸고 지방의회와 교육청이 정면충돌했다.

도의회가 540여억 원이 넘는 도교육청 예산을 삭감하면서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도의회가 삭감의 정당성을 강조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도민은 없다.

도의 내년 예산도 270여억 원이 삭감됐다. 삭감된 예산 중에는 이시종 도지사의 역점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도의회는 근거 없는 선심성 예산을 줄이기 위한 삭감이라지만 당이 다른 도지사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가난한 문화예술계와 시민단체의 예산 삭감도 이어졌다. 충북민예총은 13개 사업 중 9개가 삭감되었고, 비영리민간단체 지원 사업도 50% 삭감해 예결위에 넘겨졌다. 예산 삭감 소식이 알려지면서 충북민예총과 충북시민사회단체는 도의회의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예산 삭감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특정 단체에만 가해진 삭감의 칼날이라고 분노했다. 아무리 의회가 예산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더라도 평가와 타당한 근거가 부족한 예산 삭감은 예산 절감의 차원이 아니라 예산 삭감을 통해 단체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려는 단체죽이기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내년도 예산에 대해 불만이 커지면서 지난 11일 열릴 예정이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무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이 내년 예산 삭감 및 계수조정 결과에 반발해 예결위원장석을 점거하면서 14일로 미뤄진 것이다. 하지만 객관성이 결여된 예산안 심의 통과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처럼 올해 유난히 예산 심의에 힘이 들어가면서 도의회와 도의원들의 운신의 폭도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재량사업비를 부활시키고자 도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도의회가 예산삭감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의혹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산 심의의 잣대가 당리당략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는 의구심도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도의회와 도의원들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예산은 지역민들의 삶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돈이다. 그래서 예산의 분배는 지역을 발전시키고 더불어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형평성과 공정성, 객관성을 갖고 진행돼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도의회가 예산을 심의하는 이유는 막대한 예산이 투명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견제해달라는 의미로 도민이 준 권한이다. 혹여 예산을 무기로 삼아 힘겨루기하거나, 정당의 밥그릇 싸움으로 이용한다면, 어느 당을 막론하고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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