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덫'에 걸린 천안시
`두 개의 덫'에 걸린 천안시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5.12.08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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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조한필 부국장(내포)

천안시 흉물이 두 곳으로 늘 조짐이다. 하나는 천안을 전국적 웃음거리로 만든 천안야구장이다. 이어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또 한 곳이 생길 전망이다. 이미 ‘100억원 들인 빈 유리건물’로 언론 보도돼 유명세를 탄 곳이다.

이 건물은 천안시가 2년여 전 천안국제웰빙식품엑스포 주건물로 쓰고자 천안삼거리공원 안에 만들었다. 행사 후엔 세계의 갖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세계민족음식테마관’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이 3년째 휘청거리고 있다. 매번 시민들은 모르던 속사정이 계속 밝혀지며 사업 진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 건물은 농수산식품부를 통해 국비 지원을 받은 까닭에 세계민족음식테마관 이외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돼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출범한 민선 6기 시 집행부는 이것도 모르고 시립미술관 이용을 검토하는 촌극을 빚었다.

두 번째 비밀은 며칠 전 세간에 알려졌다. 천안시가 당초 사업계획에 “전통 한옥 및 세계 음식재료를 재배하는 온실(비닐하우스 등)을 짓겠다”고 충남도와 농식품부에 약속했다고 한다. 이 계획에 따라 도와 정부는 도비·국비를 수십억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현재 천안시는 한옥은 어디다 짓고, 또 식자재 재배 온실은 어디다 마련할지 난감할 뿐이다. 2013년 당시 시가 국제행사 개최에 눈이 어두워, 바로 앞을 내다보지 않은 탓이다.

행사를 치른 뒤 시의 어떤 부서도 ‘약속’ 이행 등 100억원짜리 건물 활용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도와 정부에 약속한 걸 지키지 않으면 향후 건물 활용에 제동이 걸린다는 사실도 외면했다. 아니 누가(언론 등) 속사정을 알까 봐 쉬쉬했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직무유기다.

지난 2일 시의회의 시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드디어 곪은 게 터졌다. “민족음식테마관은 태동부터 잘못됐다” “처음 기획재정부 보조금으로 사업하려다 거부되자, 농수산식품부 보조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사업이 급조됐다” “공원에 비닐하우스나 밭이 가능한 일이냐. 2년 전 시의원들이 이 문제를 지적했는데 강행한 결과가 이 모양이다”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당시 시 보고서는 세계민족음식테마관으로 전환되면 2014년 연간 방문객 50만명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75만명이 방문할 것이란 허풍까지 떨었다. 매출은 2014년 60억원, 2015년 70억원, 2016년 78억원, 2017년 98억원을 내다봤다. 또 고용 창출은 200명까지 자신했다. 그런데 결과는 3년째 텅 빈 건물이다.

이런 상태에서 시는 지난 9월 11일과 10월 22일 두 차례 임대사업자 공모에 나섰다. 결과는 제로였다. 시 관계자는 “감정평가에 따른 높은 임대료 가격과 내수 침체로 유찰됐다”고 핑계 댔다.

공모 유찰이 되레 잘된 일인지 모르겠다. 수십억원 도비·국비를 돌려주고 새로운 방향을 찾을 건지, 아니면 도와 정부에 호소해 계획 변경 허락을 받을 건지 결정도 하지 않고 임대부터 나선 게 잘못이다. 시는 시민들 모르게 은밀하게 도와 정부에 계획 변경(한옥 및 재배온실 포기)을 요청했지만 “(돈을 줄 때 세웠던) 계획대로 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어찌해야 되나. 어떻게 해야 시와 시민의 재산을 온전히 지킬 수 있을까. 전임 시장은 천안야구장과 관련한 시의회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현업에서 떠나면 무책임한 게 사람이다. 이젠 현 상황을 받아들이며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용단(勇斷)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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