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의 화살에 맞은 오리온
힘센 삼손, 거인 알 자바르, 죽음의 신 오시리스
위풍당당' 오리온
오리온은 키오스 섬의 공주와 결혼하려다 장님이 되고 말았으나 우여곡절 끝에 태양의 신 아폴론의 도움으로 시력을 되찾게 되었다. 하지만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니 보따리부터 찾는다'는 식으로 시력을 되찾아 준 아폴론의 여동생 아르테미스를 유혹하는 것이었다.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도 준수한 얼굴에 건장한 체구의 오리온이 결코 싫지 않았다. 오리온과 사랑에 빠지면서 달의 여신은 밤하늘을 밝히는 일을 게을리하기 시작했다. 오리온을 괘씸히 여기고 있던 태양의 신 아폴론은 오리온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맹독을 가진 전갈을 불렀다. 전갈이 독침 꼬리를 치켜세우고 다가가자 오리온은 바다로 도망쳤다.
"아르테미스야 저 멀리 바다에 보이는 검은 물체를 화살로 쏘아 네가 맞추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마."
오빠 아폴론 신의 제안을 받은 아르테미스는 바다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달의 여신이면서 사냥의 여신이기도 했던 그녀의 화살은 날아가 검은 물체에 명중했다. 며칠 후 화살을 맞고 해변에 떠밀려온 오리온의 시체를 보고 여신은 땅을 치며 통곡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활로 쏘아 죽인 여동생의 슬픔을 헤아린 제우스는 오리온을 밤하늘의 별자리로 올려 차가운 겨울밤을 밝히게 했다.
오리온자리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사냥터에서 아르테미스와 함께 사슴을 뒤쫓던 오리온이 깊은 숲속에서 여신에게 엉큼한 짓을 하려고 하자 화가 난 여신이 전갈을 불러 오리온의 발뒤꿈치를 물어 죽게 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별자리의 모습을 보면 앞의 이야기가 더 타당하게 느껴진다. 전갈자리가 떠오르면 오리온자리는 황급히 서쪽하늘로 져버리기 때문이다. 독침을 휘두르며 다가간 전갈은 영원히 오리온에게 접근하지 못한다.
오리온자리는 여러 민족의 신화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 별자리였다. 유대인들에게는 힘센 삼손으로 아랍인들에게는 거인 알 자바르로 상징되었다. 이집트 신화에서 오리온자리는 죽음의 신 오시리스의 구체화된 모습이다. 기원전 2700~2600년에 만들어진 피라미드 중심에 있는 왕의 방에서 남쪽으로 뻗어나간 관측 통로는 오리온의 허리띠를 이루는 별들과 완벽한 일직선으로 설계되었다. 오리온의 빛이 피라미드의 통로를 통해 비쳐 들어올 때 파라오는 그 별자리를 수태시켜 자신의 후계자가 이집트 왕이 되도록 의도했던 것이다. 마야 문명에서도 오리온은 최고의 위치를 차지한다. 오리온자리의 세 별은 마야 문명에서 거북으로 불려졌는데 거북은 마야 창조설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도 중남미지역의 집 한가운데에 놓는 세 개의 바닥 돌은 오리온의 세 별로부터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바람둥이 오리온은 많은 여신들을 유혹하여 그 중 새벽의 여신 에오스와도 잠자리를 가졌다. 새벽이 장밋빛으로 물든 얼굴을 보여주는 것은 부끄러움 때문이라고 한다. 아폴론의 제안을 받은 달의 여신은 바다에 있던 물체가 사랑하는 연인인 줄 정말 몰랐었을까 에오스와의 관계를 알게 된 달의 여신이 오리온을 겨냥하여 질투의 화살을 쏜 것은 아니었을까 오리온의 패망은 자만 외에도 바람기가 한 몫을 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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