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인물난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인물난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12.06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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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연지민 취재3팀장(부장)

충북도가 지난 2일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 모집 공모를 단행했다. 강형기 전 대표이사의 퇴임식이 열린 후 일주일 만에 낸 공고였다. 전임자의 임기만료 이전에 후임자가 선임되는 것이 관례지만 대표이사를 공석으로 두고 적임자 찾기에 나선 것이다.

비록 후임자를 선임하지 못해 공석이 되었지만 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공모에 나선 것은 대표이사 자리를 오래 비워두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또한 공무원 대행체제가 길어질 경우의 부담감이 서둘러 공고를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배경으로도 읽힌다.

이처럼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게 추진되고 있는 대표이사 선임에는 지역문화예술계의 풍토가 배경이 되고 있다. 예총과 민예총이라는 예술단체의 축이 각을 세우면서 인물난까지 겪고 있는 것이다. 지역에 그만한 자리에 앉을 인물이 없는지, 지역인물은 안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적임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내 사람 챙기기란 그릇된 예술계 풍토가 똬리를 틀고 있다.

2011년 충북문화재단 창립을 앞두고 당시 지역 예술단체는 인물난이란 홍역을 된통 앓았다. 거론되는 인물마다 예술단체 간 반대에 부딪히며 ‘그쪽 사람은 안된다’는 불가론에 빠졌다. 재단 창립까지 미루고 몇 차례 인물이 추천된 후 간신히 합의한 대표이사가 강형기 교수였다. 예총도 민예총에도 소속하지 않은, 지역 문화예술계와 인연이 없었던 인물로 낙점된 것이다.

그렇게 4년 연임까지 마치고 강 대표이사가 물러났지만 후임자를 두고 벌어지는 지역의 인물난은 여전한 상황이다. 자천이든 타천이든 항간에 거론되는 인물마다 소속을 따지고 개인적인 감정까지 따라붙어 불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쪽 사람은 안된다’는 갈등과 반목의 4년 전 도돌이표가 지금도 지역예술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예술단체가 합의해 추대한 인물이 대표이사에 올라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지역민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풍토를 인지한 도는 강형기 대표이사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양 단체에 지역문화예술계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지역문화예술계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사전 논의 자리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적임자를 추천받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니 도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는 예술계도 마찬가지다. 지역예술계가 뚜렷한 인물을 추대하지 못했다. 추대할 인물이 없는데 공모가 났으니 그럴 수밖에. 그러니 지역문화예술계가 또다시 술렁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예총과 민예총이 번갈아 대표이사직을 맡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으나 인물난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술계가 겪고 있는 인물난을 보면서 지역의 인물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이란 좁은 공간과 경쟁이 인물난을 부추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인물을 키워내기 어려운 구조 때문인지 이미 지역에서는 큰 어른이 없다는 말이 회자된 지 오래다. 덧붙여 지역에 인물이 없다는 이야기도 늘상 따라붙는다.

인물론은 지역의 과제가 되어 각계를 압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과연 지역에서 인물을 키우고 있는가의 문제도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해 줄 때 인물도 성장한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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