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무심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23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른다, 무조건 모른다
윤 승 범 < 시 인 >

김장철이다. 배추와 무의 수요가 한창 늘어날 때다. 수요가 늘면 당연히 가격이 올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며칠 전 뉴스를 보니 무와 배추 가격이 하락 수준을 넘어서 폭락하고 있다.

현지 배추값이 한 포기에 백원이 되까말까 하단다. 생산비에 절대 미칠 수 없는 그 가격에 농민들은 배추를 뽑지도 못하고 갈아엎고 있다. 경제 시간에 배웠던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무시됐다

아파트 가격이 폭등 하고 있다. 자고나면 몇 천만원 씩 오르고 있다. 인구는 줄고 있는데- 인구가 줄어드니까 당연히 들어 갈 사람도 적을텐데 아파트 가격은 마구 솟는다 - 아파트가 나무처럼 막 자라나나 평수가 막 넓어지나 모를일이다.

김장 수요가 느는 기간에 배추와 무값이 폭락하는 이유는 따로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중간유통의 문제다. 산지에서 인건비도 못 건져 뒤엎는 배추가 시내 마트에서는 이삼천원씩 한다. 그 차액은 분명 어딘가에서 과다한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집단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 집단이 누군지는 난 모른다. 알고 있지만 모른다. 무조건 모른다.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는데 못 잡고 있다. 왜 못 잡느냐고 폭등을 잡아야 할 법을 만들고 단속을 해야 하는데 자신이 사는 동네에 집값이 떨어지길 바라는 분들은 아무도 없다. 다른 지역은 다 하락해도 내가 사는 집은 하락해서는 안 된다. 어느 분이 그 곳에 사시는지 알려면 알 수도 있다. 그러나 알고 싶지 않다. 누가 가르쳐 준다도 절대 알고 싶지 않다. 알아도 모른다

이러고도 우리가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아마 내가 여지껏 들은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나보다. 1년 농사를 지어 놓고서 트랙터로 갈아엎어야 하는 나라, 자고 나면 몇 천만원씩 아파트 가격이 뛰는 나라. 경제 선진국 보다 물가가 비싼 나라. 그 먼 나라 이야기가 요즘 자꾸 들린다.

그 나라 국민들은 밸도 없나보다. 그저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휘둘리다 민초(民草)의 한 부분으로 썩어 거름도 못되고 마나보다.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 박남수 - 새 -'

그런 따스함이 없는 우리는 이미 병들어 있다. 그 병은 깊고 깊어 이제 다들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로 죽어 가고 있다.

배추밭을 엎으며 죽고, 집값에 채여 죽는다. 그리고 결국 그 화살은 우리에게 돌아 올 것을 끝끝내 모른 채 외면하고 죽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