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충남학
어설픈 충남학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5.09.2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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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

충남학을 주관하는 충남평생교육진흥원은 최근 “충남학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좀 더 도민들 눈높이와 요구에 맞춰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충남학이 15개 시·군 도민을 주된 교육 수요층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서산시는 올 하반기 교육 대상을 관내 대학 학생으로 잡았다. 이들 대부분은 외지에서 온 학생들로 충남학 교육 목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충남인의 자긍심과 애향심을 높임으로써 충남 발전과 충남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려면 우선적으로 현지 주민이 강의 대상이 돼야 한다. 충남도와 시·군이 대학강좌 개설 비용까지 대면서 외지 출신 학생들에게 충남인의 자긍심과 애향심을 심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심어지지도 않을 자긍심과 애향심이다. 

4, 5년 전 시작된 천안학·아산학이 관내 대학생 강의 위주로 진행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때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지역학은 단순한 지역 ‘소개학’이 아니다. 

충남학은 지역학 붐에 따라 황급히 출발하면서 적지않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지역 정체성이 곧 지역 경쟁력”이란 식상한 슬로건 아래 충남의 특질 찾기에 나섰고, ‘충남학의 이해’라는 교재도 만들었다. 도민 중에서 강사 50여 명을 선발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3회에 걸쳐 시·군 강좌를 열고 있다.

‘충남의 역사·문화와 충남인의 삶의 모든 영역에서 충남다움과 충남인다움을 발굴해 충남의 정체성을 정립한 일차 결과물(충남학 교재)’을 바탕으로 도민들에게 충남학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충남학은 시급한 내용 정립보다 어설픈 전파·홍보에만 급급하다. 

그에 대한 반성인지 지난 7월 충남학활성화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강의 구성을 재검토하고, 충남학포럼 개최와 충남학 스토리텔링북(가칭) 제작을 결정했다. 

이참에 초기 충남학 시행을 보면서 느낀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과거 편중이다. 충남의 현재·미래보다 과거에 치중됐다. ‘충남은 지리적으로 어떤 곳인갗‘한눈으로 보는 충남 역사’‘백제의 미소에서 추사고택까지’‘충남의 고건축’ 등 15개 주제 대부분이 과거 얘기다. 충남의 사회·문화·경제 현 상황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

둘째, 유교문화 집중이다. 여러 곳에서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 ‘충남 유학의 학맥과 학풍’‘양반의 고장, 충남’ ‘내포지역의 지리적 특징과 역사적 성격’‘금강유역 충남유교문화권의 가치와 전망’ 등 온통 충남의 성리학이다. 

셋째, 교재 오탈자 수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급히 만들다 보니 같은 항목에서 다른 내용을 보이기도 하고, 오자 및 탈자가 여럿 눈에 띈다. 이 교재가 지금도 그대로 교육생에 배포되고 있다.

넷째, 강의만 있지 연구가 없다. 런칭 1년 반이 넘었으나 학술심포지엄 한 번 열지 않은 게 충남학이다. 교재가 찾아낸 충남의 특질이 전부가 아닐 텐데 너무 안이하다.

충남학은 출발점에 서 있는 거나 다름없다. 주관기관인 충남평생교육진흥원은 노출되는 문제점을 덮으려 하지 말고 노출시켜 개선점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원칙 없는 강좌 배정, 알맹이 없는 강사 재교육, 불만 많았던 강사 재위촉 심사 등 강사들 불만도 크다.

대학의 충남학 강의도 재고해야 한다. 관내 대학생 70~80%가 비(非)충남 출신인데 도민과 똑같은 내용으로 강의해서 되겠는가. 또 특강 형식 강의인데 강사 학력 따져 배정하는 건 웬말이냐. 아직 많은 게 어설픈 충남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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