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직업군, 대비가 없다
사라지는 직업군, 대비가 없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9.06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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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3팀장 <부장>

지난주 금요일 전국에서는 환경교사 살리기 공동선언문이 발표됐다. 사건·사고에 밀려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했지만, 환경교육은 물론, 환경교사들이 처한 위기를 알렸다. 

속내를 보면 2009년부터 신규교사 선발이 중단됐고, 현재 전국 중고교 교사 25만 명 중 환경교사는 293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환경교육이 삭제되면서 각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교육문제를 교사라는 직업군으로 한정해 문제 제기하기 적합지 않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환경교사의 위기의식은 점차 사라지는 직업군에 대한 위기와 같은 선상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일본을 방문했을 때 대형 슈퍼마켓 계산대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물건을 산 사람들이 계산원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기계 앞에서 셀프로 값을 치르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대중화된 셀프 주유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슈퍼마켓의 풍경은 다소 충격이었다. 

서민들의 일상까지 깊숙이 발을 들이밀고 일자리를 확보하고 있는 기계의 모습에 허탈하기까지 했다. 미래를 담보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암담하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아무리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일하는 시대라지만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자리까지도 기계에 내줘야 하는 현대인의 현실은 단순한 위기의식만으로 규정하기엔 부족했다. 공장은 당연하다 치더라도, 최저임금을 받는 직업조차도 머지않아 치열한 구직난에 부닥칠 것이란 예측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계와의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는 좁아지는 직업군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비용 절감을 내세워 사람대신 기계로 대체한 직업군을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고속도로에는 하이패스 구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은행마저 자동화 기계에 밀려 사람 구경하기도 어렵게 된 지 오래다. 기계가 만들어주는 햄버거 가게도 있다고 하니 사람의 노동력도 가치를 상실하는 시대를 맞이하는 듯싶다.

그 사이 청년실업이 백만 명 시대로 돌입하고, 고령화에 따른 노년인구의 증가로 노인 일자리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고학력 청년 실업자 양산은 공무원 증후군이란 이상현상으로 나타나고, 노인들은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노동 현장을 포기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일상 속에서 기계들이 효율성이란 이름으로 다양한 직업군을 잠식하면서 사람들의 설 자리도 좁아지고 있다. 기계에 밀려난 직업군들로부터 현대인들은 호리병처럼 좁아진 취업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교육방식은 여전히 공부 지상주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의 속도만큼 직업군도 급격히 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 없이 과거방식을 답습하는 생활에 안주하고 있다. 일등을 해야 좋은 학교를 가고, 좋은 대학을 가야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등식이 여전히 사회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다. 창의교육은 말뿐이고 경쟁으로만 몰아가는 교육현장은 단단한 콘크리트벽을 보는 듯하다. 불행한 청년실업자만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어른들의 반성이 필요하다. 

직업은 단순히 경제력을 얻는 도구적 의미만 있지 않다. 직업을 통해 자기를 실현하고, 자존감을 획득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은 직업군을 창출해낸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직업은 개인의 미래이자 국가의 미래로써 국가적 위기의식을 갖고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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