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 김영환 <중부지방산림청장>
  • 승인 2014.10.2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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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영환 <중부지방산림청장>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라는 TV드라마를 오래 전에 본 기억이 난다. 농촌의 소박하고 일상적인 삶과 아름다운 풍경을 자연스럽게 그려나가면서 농촌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방영되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중부지방산림청 청사의 정원에는 대추나무 10그루가 있다. 올해 대추가 제법 열렸다. 며칠 전에 탐스럽게 익은 대추를 수확해 직원들과 나누어 먹으면서 ‘대추보고 안 먹으면 빨리 늙는다더라’, ‘노처녀들 대추 많이 먹으면 건강하고 젊어져서 시집간다더라’ 등등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대추나무는 갈매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교목으로 키는 7~15m까지 자라고 수관 폭이 5~6m에 달하는 것도 있다. 양지바르고 건조한 땅을 좋아하며 척박한 땅에서도 대체적으로 잘 자란다.

대추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과 매우 친숙하고, 유익한 과실임은 여러 기록들로 전해진다. 대추열매는 특이한 향과 단맛, 신맛 등이 어우러져 맛있는 과실로 각광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칼륨, 칼슘, 인 등 다양한 무기성분과 비타민류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건강식품으로는 단연 으뜸이다.

한방에서도 강장, 강정, 복통, 이뇨, 혈압강하 등등 다양한 효과가 있고, 해독작용도 뛰어나 간 기능 개선 등에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대추는 양의 기운과 붉은 색을 띠어 귀신이나 잡귀를 물리치는 힘이 있다하여 관혼상제 때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제사상에 제일 먼저 올리는 것이 대추이다. 홍동백서(紅東白西)에서 붉은 색을 띠는 과실은 당연히 대추이고, 특히 혼례의 폐백 때 대추처럼 아이들을 많이 낳으라는 기원으로 신부의 치마폭에 대추를 던지는 것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재미있는 풍속이다.

요즘 특산지 별로 ‘대추 축제’가 한창인데 가족, 연인, 친지들과 함께 축제마당에 참여하여 가을 햇살에 잘 익은 농민들의 땀과 노고의 결실인 대추의 맛과 가을의 정취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로 시작되는 시 ‘사슴’을 쓴 노천명은 시골 살림의 궁핍함과 고단함, 순박함 등을 담은 ‘장날’이라는 시에서 대추를 이렇게도 노래했다.



대추 밤을 돈 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 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

송편 같은 반달이 싸리문 위에 돋고,

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 방울에 지껄이는 소리가 고개를 넘어 가차워지면

이쁜이보다 삽살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대추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열매들을 보고 있노라면, 배고프고 어려웠던 시절, 덜 익어 떨어진 열매까지 동생들과 같이 주워 먹으며 허기를 달랬던 그 슬프고도 아련한 정과 그리움과 사랑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것을 보니 이제 내 인생도 가을 곁에 와 있는 것을 아닐까.



만물이 익어가는 가을은 예쁘다. 예뻐서 슬프다.

대추 많이 먹어 회춘이나 해 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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