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늉
숭늉
  • 김혜식(수필가)
  • 승인 2014.10.2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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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의 가요따라 세태따라
김혜식(수필가)

질투가 강한 여성이 치매에 쉽게 걸린다는 학계의 보고가 있다. 아마도 남다른 질투심으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 탓이 아닌가 싶다.

여성에게 질투는 본능적 감정이다. 어느 경우엔 남성이 더 강하다는 이론도 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고 했다. 심한 질투는 때론 자신은 물론 상대까지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인간이 저지르는 악행 중에 질투심에 눈멀어 상대방을 해코지하다가 오히려 벌이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경우를 본다. 이런 경우를 볼 때 측은지심이 느껴지는 것은 같은 여성이기 때문이다.

남을 배려하고 친절을 베풀기 보다 무엇으로든 흠집을 내어 상대방을 깎아내리려는 심사에서 파생된 그런 처세는 아무리 포장을 잘해도 그 실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그럴 가능성을 지녔기에 스스로가 각성하는 자세를 지녀야 된다고 본다.

그래도 이 세상엔 악한 사람보다 선한 사람이 더 많기에 살맛난다고 표현해본다. 내가 아는 어느 여류 문인과는 20여년 동안 형제지정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단 한번도 나에게 상처 주는 언행을 하지 않았다. 말 한마디라도 남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안다. 언제 봐도 절제된 언행을 지닌 그녀를 볼 때마다 참으로 숭늉 같은 멋을 지닌 여인이란 생각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대화를 나눌 때도 낮은 음성으로 차분히 말을 하고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은 피하는 그녀의 대화법을 지켜보며 애정이 느껴진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인격자가 아닐까 싶다. 눈을 돌려보면 남을 사랑하는 일엔 서투른 사람들이 의외로 있다. 무심코 뱉는 말 한마디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심지어는 스스로의 인품을 땅에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왜 우리는 타인을 사랑하는 일에 이토록 인색할까? 남을 존중하고 배려할 때 자신의 품위도 함께 돋보인다는 사실을 왜 외면할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심보 때문이 아닐까. 아마도 그런 사람의 속을 헤집어 보면 질투로 가득 차 있을 것 같다.

삶이 팍팍해지는 요즘 도량이 넓고 마음의 속살이 깨끗해 순연한 사람이 못내 그립다. 이런 사람에게선 항상 구수한 내음이 풍긴다. 이런 내음을 좋아하는 사람은 필경 나뿐만이 아니니라.

좀 다른 얘기로, 우리 국민들이 커피에 너무 빠져 올해만 해도 9만9000여톤의 그것을 수입했단다. 우리들이 커피를 기호 식품으로 애호하는 연유는 커피가 숭늉 맛을 닮았기 때문이란다. 구수한 숭늉 맛에 길들여진 우리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DNA가 커피 수입의 최고치를 갈아치우나 보다. 이런 뉴스를 접하고 보니 펄 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 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그대 올 때를 기다려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 내 속을 태우는구려/ 8분이 지나고 9분이 오네/ 1분만 지나면 나는 가요/ 정말 그대를 사랑해/ 내 속을 태우는구려/ 아~ 그대여 왜 안오시나/ 아~ 내 사랑아 오~ 기다려요/ 오~ 기다려오 오~ 기다려요/ 불덩이 같은 이 가슴/ 엽차 한잔을 시켜봐도/ 보고싶은 그대 얼굴’ (생략)

밝은 세상, 살맛나는 세상은 따뜻한 가슴을 열고 서로를 품어줄 때 이루어진다. 당신이 있기에 오늘의 내가 존재한다는 평범한 사실만 마음에 새겨두어도 세상은 그런대로 살만할 터.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 세상엔 사랑이 모자라는 듯하다. 그래서 오늘도 숭늉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거울을 앞에 두고 마음을 다져 본다. 내가 먼저 숭늉 같은 사람이 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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