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의 ‘죄송’과 조갑제의 ‘역적’
김무성의 ‘죄송’과 조갑제의 ‘역적’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4.10.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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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청와대와의 갈등설로 연일 언론에 오르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요즘 표정이 많이 굳어 있다. 왜 자꾸 나한테 싸움질을 부추기냐는 언론에 대한 볼멘소리조차 되레 논란만 더 키웠다. 개헌과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놓고 빚어진 양자간의 묘한 기류와 김태호 최고위원의 전격 사퇴는 분명 그로선 예사롭지 않은 ‘현상’임에 틀림없다. 

개헌 발언만 해도 그렇다. 설령 자신의 미래를 위한 고도의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하더라도 기껏 말을 꺼내고는 청와대의 눈치 한방에 “죄송하다”며 꼬리를 내린 처사는 집권여당의 수장다운 모습이 아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더라도 그런 식으로 발을 뺄거라면 개헌 얘기는 입에 올리지도 말았어야 했다.

현재 각종 국정 현안 중에서도 정부각료 혹은 여당이 대통령의 의중이나 심기를 절대로 거슬러서는 안 될 두 가지가 있다. 개헌 문제와 엊그제부터 여야가 T/F협상을 시작한 해경 해체 건이다. 말 한 번 잘못 꺼냈다간 이번 김무성의 경우처럼 곧바로 코너에 몰릴 수 있다. 만약 이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면 결국 전자는 대통령의 입단속 지시를 어기는 것이고 후자는 대통령의 대국민약속에 어깃장을 놓는 무모한(?) 행위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두 가지 현안이 국가의 미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미 국민들의 마음속에선 상당한 동요를 수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 개헌문제는 좀 더 시간을 갖고 따진다고 해도 해경 해체는 당정협의에 이은 여야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그 공론의 필요성을 강제로 억누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상흔이 워낙 큰 나머지 별다른 이론이 없었지만 사실 해경 해체는 그 절차와 당위의 논리 등에서 한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게 아니다. 당시의 분위기를 감안하더라도 오랫동안 지속돼 온 국가기관이 대통령의 한 마디에 없어진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흥미로운 것은 보수의 절대적 아이콘으로 통하는 조갑제조차 해경 해체를 정면으로 비판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해경해체가 처음 공표될 당시 “이를 대통령한테 건의한 참모는 간신 중에 간신”이라고 몰아붙이더니 이번 여야협상을 맞아서는 “해경해체는 연합사 해체에 준하는 박 대통령의 최대 실책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일단 발표한 정책이니 국가 이익이 손해를 보더라도 밀어붙여야 충신이고 그래야 대통령의 권위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면 그가 바로 역적이다”고 일갈한 것이다. 

해경의 해체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조급성은 지난 22일의 당정협의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날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을 폐지해 국가안전처 산하로 흡수, 해양안전본부와 소방방재본부로 개편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해경은 수사와 정보업무에만 치중돼 너무 권력화되고 구조 구난 등 본연의 책무에 소홀하다고 토를 달았다. 

하지만 논란을 의식했음인지 수사권과 정보기능은 육상 경찰로 이관하되 초기 대응을 우려해 초등수사권은 해양안전본부에 두기로 했다. 이는 방대하기 그지없는 해양업무를 감안하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쉽게 생각해도 앞으로 해경과 육상경찰, 국가안전처와 경찰의 업무적 관계가 과연 원만하게 돌아갈지 걱정된다. 반대론자들은 “결국 해경을 누더기로 만드는 꼴밖에 안 된다”며 극단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1953년 내무부의 해양경찰대로 출범한 해경이 1996년 외청으로 독립해 지금에 이르러 1만1000여명의 조직으로 성장한 배경은 다른 게 아니다. 바다를 다스리는 나라가 강대국이자 결국 살아남는다는 역사의 교훈이고, 우리는 이미 400여년전에 바다를 모르는 선조가 이순신을 감옥에 가두었다가 당한 오욕의 역사를 통해 이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물론 해경은 세월호 대처에서 너무도 잘못했다. 하지만 한 번의 실수가 조직해체의 빌미가 된다면 우리나라 국회와 그 많은 정부기관은 이미 다 없어졌어야 정상이다. 해경의 해체는 절대로 정치논리의 전리품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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