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의 돛을 달고
주성의 돛을 달고
  • 심억수 <시인>
  • 승인 2014.05.13 2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심억수 <시인>

상큼한 솔향에 초록이 점점 짙어지는 5월이다. 5월은 산과 들의 푸른 생명이 희망으로 다가오는 청소년의 달이다. 지난 토요일 회색 빌딩의 도심 풍경에 익숙한 일상에서 청주시 중앙로에 조성된 소나무 길을 걸으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흰 돛을 달고 푸른 미래를 실은 아름다운 배 같은 고장, 옛 이름 주성(舟城). 저 넓은 세계로부터 맑은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오는 5월의 햇살을 머금은 푸른 소나무와 꽃들이 그들만의 몸짓으로 청주 중앙로를 정겹게 가꾸고 있다.

청주시 중앙로 소나무 길은 중앙동도시재생추진위원회가 주민들과 협력하여 차 없는 거리의 일원으로 조성하였다고 한다. 무질서한 불법 주정차를 해소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청소년광장과 소나무와 어우러지는 물길을 조성하여 시민이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어 놓았다.

청소년 거리를 조성하면서 많은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주민들이 합심하여 함께 이루어 낸 결과이기에 자부심도 크다는 중앙동 주민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나무를 바라보았다.

예로부터 소나무의 푸름은 군자의 덕을 상징하였다. 역경에 굴하지 않는 용기를 지닌 선비의 표상을 지닌 소나무를 도심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솔 향에 코끝이 간지러운 토요일 오후 소나무 길에서 프리마켓이 열리고 있다. 청소년 거리에 적합한 프리마켓과 청주의 공예도시 이미지와 연계한 예술 프리마켓은 지역의 프로 및 아마추어 수공예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수공예품, 화초, 재생비누 등 자활센터에서 참여한 수공예마켓과 사진·뷰티 초상화 등 시연을 보이는 아트마켓, 마술·댄스·노래 등 공연마켓,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마켓 등으로 작가와 시민들의 문화예술 창작활동과 교류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옛 중앙극장자리에 설치된 야외무대 청소년광장에서는 음악가들의 연주회와 사단법인 예술나눔과 청주문화원 등 민간 예술단체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공연을 펼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문화 쉼터가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것은 미래의 청주, 청소년을 사랑하는 중앙동 주민의 열린 마음의 결과라고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청주시 중앙동 상권이 청소년을 위한 작은 도서관, 청소년들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인터넷카페, 청소년상담센터, 소규모 공연장, 체험학습장 등 청소년과 연계한 문화와 예술 그리고 도시재생이 어우러진 문화산업지구로 탈바꿈하고 있다. 구도심 공동화로 한때 누구도 손댈 수 없이 추락하던 중앙동에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건 지역 주민들이 협력하여 도시재생 사업의 인프라를 구축한 효과일 것이다.

청소년들이 소나무 길을 걸으며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마음을 기르고 청소년광장에서 문화 활동을 통하여 다양한 감정을 배워서 조화로운 삶의 질적 향상을 갖는 계기의 장으로 승화되기를 희망해 본다.

5월 푸른 햇살이 내리는 도심 한복판 도시재생사업이 만들어 놓은 청소년 거리를 걸으며 「주성의 돛을 달고」라는 자작시로 마음을 표현해 보았다.

주성의 돛을 달고 미래를 실은/그리움으로 가는 배가 있다/대한의 중심에 정박하기 위하여/청주시 도시재생 신탁업무 센터는/세월이 내려놓는 나침판을 본다.//

수없는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아물지 못한 상처로 남아있던/시간과 공간을 보듬어 안으며/삶의 간이역을 지날 때마다/도심에 소나무 한 그루 심는다.//

무심에서 우암으로 가는 배는/찬란한 산란의 슬픔을 위하여/아득히 멀고 먼 길을 돌고 돌아/강여울 힘차게 거슬러 올라가는/장엄한 한 마리 연어가 된다.//

버거운 삶을 이겨낸 희망의 날들/역사를 품었던 새로운 거리에서/본향을 그리워하는 등대가 되어/과거와 미래가 버무려진 청주의/소박한 사람들 둥지를 살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