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60>
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60>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9.1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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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빛 고요가 잠든 텐산의 텐츠

텐산의 여름, 그곳엔 아직 겨울이 머문다

   
▲ 천지(天池)는 천산 산맥의 봉우리인 박격달봉에 위치한 고산호수로,해발 1960m이다. 우리나라 제주도 한라산과 거의 비슷한 높이에 호수가 있는 셈이다.(한라산 1947m) 길이는 3.3 ,넓이는 평균 1 , 최고 깊이는 105m 이다. 천지는 천산산맥의 눈이 녹으면서 쌓인 물이 모여드는 호수이다.


어제 이어 난산목장 여행을 진행했던 신강설봉여행사(新疆雪蓬旅行社)의 텐산텐츠 관광에 오늘도 참가하기로 했다. 정기버스 노선 버스표를 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과 함께 참여하는 것이 가격도 저렴하고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아침 8시 10분 호텔을 출발하여 고속도로를 진입하면서 중간에 신강북상여행사가 모객한 팀들과 합류했다. 어느새 버스 한 대가 꽉 차버렸다. 4차로 고속도로에서 2차로 고속도로로 진입하면서 사막을 벗어나 서서히 산악지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2시간 30분 정도를 달리자 텐산에서 흘러내리는 풍부한 물길덕분에 주변의 민둥산과는 달리 계곡 도로 양편은 무성한 숲과 마을이 이어지고 있다. 세차게 흐르는 계곡의 물길을 보면서 우루무치가 사막의 한가운데서 대도시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산록에 풀을 뜯고 있는 평화로운 양떼들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초원의 목초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하사크족의 파오가 점점 더 많이 뜨였다. 2,5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살던 투르판 하사크족들의 파오를 보면서 문명의 은둔자 같은 그들의 삶의 방식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21세기 첨단산업이 달나라를 거쳐 우주의 광대한 세계를 향해 눈부신 속도로 질주하는 이 시대에 수천 년 전부터 이어오던 선조들의 삶의 생활방식을 고집하는 그들을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속도와 물량 속에 매몰된 우리들보다 어쩌면 문명을 등지고 조상들이 물려준 방식대로 양떼를 기르며 사는 그들이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오전 11시가 조금 지나 텐츠 매표소에 도착했다. 매표소를 통과하여 하사크족의 삶의 터전인 맑은 계곡과 암벽 바위가 양옆으로 늘어선 협곡으로 들어섰다. 양떼와 말들과 파오가 계곡을 따라 흩어져 있다. 차 두 대 정도가 겨우 비켜나갈 수 있는 깎아지른 협곡 바위산들을 지나 넓은 주차장이 나타났다. 주차장에서 아래를 굽어보면 주변의 산들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확 트인 공간에 케이블카 선탑장이 있다. 이곳에서 텐츠까지 가는데는 케이블카와 공원 안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다. 도로를 따라 오르는 셔틀버스와 케이블카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암벽 산과 울창한 송림으로 덮인 윈산 숲을 지나 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변엔 음식점과 기념품가게들이 들어서 있고 식당 앞에서 위그르 처녀가 흥겨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아가씨의 손동작과 치맛자락이 송림과 암벽 산을 배경으로 한 텐산의 분위기를 더욱 이국적으로 몰아넣고 있다. 위그르 처녀가 혼자서 추는 공연은 피로감을 씻어 준다. 수십 미터씩 자라는 윈산이라 부르는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나 천천히 걸어서 텐츠에 도착했다.

높은 산정으로 둘러싸인 에메랄드빛 텐츠가 서서히 눈앞에 펼쳐졌다. 하늘을 찌를 듯이 늘어선 윈산 숲과 구름을 이마에 드리운 텐산의 고봉들이 호수주변을 겹겹이 에워싸 가슴에 품고 있다. 푸른 초지로 뒤덮인 산 능선과 암벽 골짜기, 호수를 가르는 유람선과 하늘을 맴도는 구름들이 신선이 사는 계곡처럼 느껴지게 한다. 호수를 가르는 잔 물살만이 텐츠의 정적을 깨우고 있다. 유람선 선탑장 주변에는 하사크족의 화려한 전통의상을 한 아가씨들이 호수가에 포즈를 취하며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텐츠 언덕 위 파오들이 점점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10여일 이상 메마르고 황량한 사막 들판만 보다가 푸른 물결로 가득한 텐산의 텐츠를 보니 형용키 어려운 감회가 밀려왔다.

텐산산맥 보고타봉 뒤쪽에 위치한 호수

텐츠(天池)는 텐산(天山)산맥의 두 번째 높은 봉우리인 해발 5445m인 보고타(博格達峰)봉의 뒤쪽에 위치한 호수이다. 해발 1910m의 산중턱에 위치한 텐츠는 남북 4.3km와 폭 1.5km, 수심 100m로 백두산 천지보다 작은 호수이다. 텐츠는 분화구에 고인 백두산 천지와는 달리 텐산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린 물이 고여 만들어진 호수이다. 우루무치에서 동쪽으로 약 115km 떨어진 거리로 버스로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한 여름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보고타봉을 위시한 텐산의 고봉들이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텐츠를 바라보는 모습은 마치 알프스 산록에 위치한 맑고 그윽한 호수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사막 한가운데 산허리 적시는 생명의 젖줄

알프스의 호수들은 넓고 푸른 유럽대륙 들판 위에 우뚝 솟은 산록에 고여 있다면 텐츠는 사막 한가운데 텐산의 산허리를 적시는 생명의 젖줄인 오아시스의 보고이다. 텐츠의 푸른 물결을 보면서 비로소 사막의 갈증을 풀 수 있었다.

호숫가를 따라 걸으며 산비탈을 향했다. 작은 산 능선을 넘으니 암벽 틈새로 텐츠의 물길이 세차게 떨어지는 작은 폭포 아래 정자가 서 있다. 텐츠의 폭포소리와 흐르는 물소리가 사막의 열기를 일순간에 씻겨주는 것 같다. 윈산 송림사이로 흐르는 물줄기 아래 또 다른 작은 텐츠가 있다. 숲가엔 하사크족들이 파는 옥수수를 사 먹었는데, 기대보다는 맛이 별로 없었다. 강원도 정선이나 횡계에서 파는 차지고 쫀득쫀득한 그런 맛보다는 밋밋하고 투박한 느낌을 주었다. 호기심에서 텐츠의 옥수수 맛을 보았지만 척박한 땅에서 자라서 그런지 한 개를 다 먹기가 힘들었다. 입안에 녹을 듯이 당도가 풍부하고 달콤한 투루판의 포도송이가 더욱더 그리워졌다.

계곡을 흐르던 물줄기가 암벽 산에 갇혀 흑룡담(黑龍潭)이라 부르는 작은 텐츠(小天池)를 이루는데 동소텐츠(東小天池)와 서소텐츠(西小天池)로 나뉘어진다. 시골마을 동구 밖에 갖다 놓으면 좋을 듯싶은 푸르고 아담한 연못들이다.

작은 텐츠를 나와 점심 식사 장소로 왔다. 중국인들은 걸어서 10여분 정도의 거리도 공원 내 전동차를 타고 가는 걸 보면 걷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신장사람들은 점심시간이 오후 2시 30분 정도다. 베이징 시간보다 항상 2시간 늦게 생활한다. 베이징 표준시간과 신장은 시차가 2시간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점심으로 먹은 신장국수는 면발이 좀 질기긴 했지만 중국음식처럼 느글거리지 않았고 비교적 입맛에 맞는 편이다. 양념하지 않은 꼬치구이 다섯 개를 더 시켜 먹으니 요기가 충분히 되었다.

어제 난산목장의 패키지 투어는 100元, 텐츠행은 160元으로 시간과 비용을 많이 절감할 수 있었다. 이곳의 교통편은 매우 불편하기 때문에 개별 여행보다는 여행사가 운영하는 패키지 투어에 참가하는 편이 훨씬 더 편리한 것 같다. 텐츠에서 우루무치로 돌아가는 차편을 포기하고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어 가고 싶었다. 텐산에 구름 안개가 피어오르고 독수리 한 마리가 허공을 맴돌고 있다. 윈산 송림 숲으로 엷은 안개가 퍼져가고 있다. 이 부근에는 현대식 호텔이 들어서 있었고 식당들이 많이 있다.

케이블카에 탑승하고 텐산산맥의 가파른 골짜기와 텐지의 작은 연못들을 굽어보며 천천히 주차장으로 하산했다. 암벽 틈새로 솟구친 송림 숲과 굽이치는 파도처럼 겹겹이 에워싼 산정의 능선들이 발 아래로 지나가고 있다. 계곡과 능선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하사크족의 파오 들을 한 눈에 굽어보니 흡사 구름을 타고 느릿느릿 송림 숲 위에 떠가는 기분이다. 산록에 핀 흰 들꽃 무더기와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 칼날 같은 바위산 능선들과 알 수 없는 중국 유행가 가락이 텐산의 맑은 물소리를 적시고 있다. 케이블카 선탑 장에 주차한 버스에서 짐을 가지고 돌아와 텐츠가에 도착하자 어린 하사크족 아이가 다가와 파오 빌리는 방값을 흥정했다. 12살 된 아하리 비에리는 어찌나 싹싹하고 끈질긴지, 결국은 파오 한 채를 100元에서 20元으로 깎아서 빌릴 수 있었다. 텐츠의 우측 언덕 위에 위치한 파오 부근에는 하사크족 집단 마을이 있다.

파오 안은 겉에서 보면 컴컴하고 다소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데 지붕 천장의 둥근 부분을 반쯤 걷으니 바깥처럼 환했다. 이 파오는 영업허가증도 비치되어 있고 화려한 색상의 천에 아름다운 수를 놓은 하사크족 전통 문양으로 벽면과 천장을 장식하고 있어 따뜻한 정감을 느낄 수 있게 꾸며져 있다. 깨끗하게 포개어 놓은 이부자리와 칼라풀한 예쁜 드레스를 벽면에 걸어놓고 탁자와 방석들이 준비된 방안은 중국여행을 하면서 묵었던 그 어떤 숙박지보다 아늑하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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