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73>
궁보무사 <173>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9.1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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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사냥꾼 처녀라는 증거를 보여줄수 있겠느냐"
3. 가경 처녀

"아니, 그럼 우리가 찾으려는 그 사냥꾼 처녀가 바로 요 근처에 산다는 얘기냐"
"네."
"어 어디에"
"여기요."
"여기"
"아저씨들이 지금 찾고 있는 그 사냥꾼 처녀가 바로 저라고요."

처녀는 이렇게 말하며 부끄러운 듯 얼굴을 살짝 붉혔다.
"아, 아니. 그 그럴 리가."
내덕과 사천, 그리고 이들을 함께 따라온 자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바로 눈앞에 서있는 이 처녀가 호랑이를 잡았을 정도로 용맹무쌍한 사냥꾼 처녀라니! 그들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하는 듯 다시 한 번 더 두 눈을 크게 뜨고 처녀의 얼굴을 요모조모 살펴보았다.

그러나 깊은 산속에서 무서운 맹수들을 잡아가며 거칠고 험하게 살아가는 사냥꾼 처녀가 이토록 살결이 곱고 희고 또 예쁘장하게 생겼으리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혹시. 너 지금 우리랑 농담을 하자는 거냐"

내덕이 의심하는 눈빛으로 처녀의 잘 빠진 몸매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다시 물었다.

"어머! 정말이라니까요"

"그런데 너는 지금 왜 쪼그리고 앉아서 나물을 캐고 있었는가"

사천 역시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가로 내저으며 처녀에게 물었다.

"어머머! 사냥하는 여자가 산나물을 뜯으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요 그리고 산나물을 쪼그리고 앉아서 캐야지 똑바로 서서 캐나요"

처녀는 이렇게 말하며 두 사람을 예쁜 눈으로 곱게 흘겨보았다.

"네 이름이 뭔가"

"저요 가경이라고 불러요. 가경!"

"가경 으으음."

내덕은 뭔가 못마땅한 듯 고개를 잠시 갸웃거리다가 자기 이름이 가경이라고 방금 말한 처녀에게 이렇게 다시 물었다.

"가경 처녀! 우리랑 함께 한벌성 안으로 들어가서 부용아씨를 모셔볼 생각은 없는가"

"제가 한벌성으로요 호호호. 미천하고 보잘 것 없는 저를 한벌성에서 불러주신다면 기꺼이 응해드려야지요. 저의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기 바로 직전에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내가 이 한 목숨을 바쳐서 한벌성주님을 위한 일을 꼭 해보고 싶었지만 끝내 그 기회를 얻지 못하고 이렇게 죽게 되다니 너무 안타깝고 원통해서 눈물이 자꾸 앞을 가리는 구나!'하고요. 그러니 딸인 제가 죽은 아버님의 한이 맺힌 그 소원을 풀어드리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도리 아니겠어요"

가경 처녀는 이렇게 말을 하고는 지금 찾아온 이 사람들이 혹시나 자기를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 오히려 걱정을 하는 듯 눈치를 슬금슬금 살폈다.

"으음음. 그, 그런데 말이다."

사천이 여전히 뭔가 의심을 하는 듯 이맛살을 살짝 찌푸리며 하던 말을 잠시 끊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결심한 듯 사천은 한숨을 천천히 몰아내 쉬며 말을 다시 이었다.

"네가 그 사냥꾼 처녀라는 증거를 우리에게 지금 당장 보여줄 수 있겠느냐"

"네에 증거요 아니, 제가 어떻게 해야만 그런 증거를 보여드릴 수 있지요"

가경 처녀가 예쁜 두 눈을 반짝거리며 사천에게 물었다.

"우리들이 너에게 달려들어 네 젖가슴을 풀어보고자 할 것이니 너는 그걸 막아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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