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성할 때를 조심하라
번성할 때를 조심하라
  • 김우영 <작가. 한국문인협회>
  • 승인 2013.12.0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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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작가. 한국문인협회>

사람이 사노라면 자의든, 타의든 잘 될 때가 있다. 이런 사람을 일컬어서 ‘잘 나간다!’, ‘승승장구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잘 되는 일, 잘 사는 사람, 이러한 것은 우리 인간사의 경사요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욕심대로만 된다면 이런 일, 이런 사람이 가득한 세상에서 영원히 살고 싶은 게 누구나의 열망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인간사에는 양비론(兩比論)이 엄연히 존재한다. 잘 나가다 보면 언제인가 하향곡선이 그려지는 게 세상사의 이치이다. 

“번성할 때를 유의하라!” 

현재의 환경과 위치가 최고의 자리이고 만족한다 하여 허세를 부리거나 과용하며 오만에 휩싸이면 안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볼 때 자신의 현재 자리가 좋다하여 많은 사람들의 눈에 눈물과, 가슴에는 한(恨)을 남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멀리 비교할 것도 없다. 이 나라를 호령하던 일국의 최고 국정 책임자들이 재임시 권력의 남용과 재물에 대한 욕심으로 지나친 호기를 부린 결과 지금은 차디찬 감옥살이 신세가 된 것이다. 또 주변에도 이런 사람들은 비일비재이다. 조금 출세했다 하여 이웃 사람들을 깔보고, 돈이 좀 있다하여 과소비를 일삼아 물가를 부채질하는 등 어려운 서민들의 가계를 고달프게 만드는 우매한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서 ‘한번 화려하게 핀 꽃은 분명 질 날이 온다.’ 는 진리를 깨달았던들 당시 우매한 짓은 안했을 터인데 말이다.

인간의 가장 무섭고 취약한 점은 바로 앞의 현실을 정관할 수 있는 투시력이 약하다는 심리적 근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화려함과 재물이 가득한 주위로부터 둘러싸여 지척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멀리 훗날을 보는 시야가 있을리 없다. 

오직 오늘의 즐거움과 내일의 탐닉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옛 성인들은 “조용히 참선을 하라, 그리고 책과 가까이 하라!”며 후학들을 타일렀다. 그리하면 진리의 말씀에 귀 기울여지고, 슬기의 샘터에 가까이 갈 수 있으며, 해박한 이론의 날개를 펼 수 있고, 깊은 성찰의 사색이 있으며 로고스의 향연과 뮤우즈의 노래가 있다고 권한다.

지식이 없고 요란한 사람과 함께 길을 걷는다면 마치 썩은 두엄가를 걷는 것 같은 악취가 나지만, 교양과 지식이 가득한 사람과 길을 걷노라면 조용한 오솔길을 걸으며 청아한 산새 소리를 듣는 거와 같다고 했다.

많이 알고 깊이 아는 사람의 생각은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관념을 뛰어 넘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훗 날 다가올 미래까지도 예견하여 현실을 지혜와 덕망으로 다스려 원만한 삶을 추스려 나가는 것이다. 

현재 승승장구 잘 나가는 삶이 오면 나를 믿고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있을 때 베풀고 어둡고 어려운 사회 구석들을 살피면서 머지않아 질 오늘의 번성된 꽃을 보면서 훗날을 기약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된 사람이요, 실제로 난 사람인 것이다. 

스스로 바쁘게만 거침없이 살아가는 현세를 더러 떠나 뒤안길을 새겨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지나온 어제를 모르는 사람이 어찌 오늘을 알고 새벽에 뜰 내일의 해를 맞이 한단 말인가. 

원인없는 과정없고, 과정이 없는 결과는 없는 것이다. 여행과 책, 그리고 조용한 사색과의 만남은 그 사람 자신을 살찌우는 참된 인생의 정류장이다.

번성할 때를 유의하라! 그리고 번성한 자신을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과의 싸움에서조차 이기지 못하고 어느 누구를 이기기를 기대하며 거친 세파를 헤쳐 나간단 말인가. 번성함을 유의하고, 이 때를 두려워하라. 그리하면 내일 다가올 동녘의 해를 두려움 없이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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