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동맥 완전협착병변 질환 시술 최고 권위자 … "죽음의 문턱 환자 살리는게 의사"
관상동맥 완전협착병변 질환 시술 최고 권위자 … "죽음의 문턱 환자 살리는게 의사"
  • 엄경철 기자
  • 승인 2013.11.14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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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시설·최상 의료진 '충북대병원'

<2> 권역심뇌혈관센터 명의 배장환 교수

권역심뇌혈관센터 지정… 예방·치료·재활 원스톱 시스템 구축
오는 2015년 권역별 심뇌혈관질환센터 정부지원 중단 우려감
구급차량 응급조치 환경 미비·병원간 연계시스템 마련 등 시급

지난 6일 오후 1시 30분 충북대병원 권역심뇌혈관센터 심혈관 시술실. 1주일 전 배장환 교수(45)와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정확히 시간을 맞춰 심혈관 시술실에 들어서니 응급환자에 대한 시술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환자 시술에 방해가 될까 싶어 밖으로 나와 한참을 기다렸다. 약속시간 1시간이 넘어서야 배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오후 2시 30분이 지난 시각인데도 점심을 먹지 못했다고 했다.

배 교수는 “우울한 이야기 하나 들어보겠느냐”며 말문을 열었다. 보은에서 농사를 짓는 중년 남성이 보은의 모병원에서 심장이 멈춰 응급조치후 후송돼 심장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의식이 없고, 어느 할머니는 며칠째 의식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모두들 응급조치와 후송과정에서 제대로 대처됐으면 살릴 수 있는 생명이었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보은의 병원이 초기대응을 정말 잘 했다. 나무랄데 없었다”며 후송도중 여러차례 나타난 심장마비 증상에 대한 안타까움을 되뇌였다.

이 두 안타까운 사연을 배 교수가 ‘우울한 이야기’라고 표현한 것은 초기대응과 후송과정 등 응급환자 이송시스템 부재 탓으로 보기 때문이다.

배 교수는 “응급환자의 의식불명, 사망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실패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 세계적 심혈관센터…후송시스템은 후진형

배 교수는 “우리 병원 권역심내혈관센터가 세계적 수준에 이르기까지 고생도 많았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전국 1등급의 실적을 인정받았다. 2010년 권역심뇌혈관센터로 지정됐고 65억원의 국고를 지원받았다. 심장센터, 뇌혈관센터, 예방의학센터까지 심장병의 예방, 치료, 재활을 위한 원스톱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실력도 국내외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배 교수는 “외국에서 열리는 학회에 갈때마다 우리 의료시스템과 의료진을 이야기하면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최고수준의 심장질환 인프라에도 환자들은 의식불명에 빠지고 죽어나간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배 교수는 “옛날에는 동맥관 괴존증, 심장내 구멍이 난 환자는 가슴을 여는 수술을 했다”며 “이제는 이런 환자는 45분이면 해결된다”고 밝혔다. 국내의 시술시간도 통상 50분이 기준이고, 미국의 경우 70분이라고 한다. 충북대병원은 이러한 기준시간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문제는 응급환자가 얼마나 빨리 응급조치를 받고 병원으로 오느냐다. 이 과정이 환자의 생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이송시스템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배 교수의 설명이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 119소방대원들의 응급조치기술은 정말 훌륭하다”며 “그러나 119소방대는 병원 간 이송이 안되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 교수는 “사설 구급차량은 시설이나 전문인력배치에 있어 이송과정에서 환자에 대한 응급조치를 할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며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환자들이 회복불능상황에까지 몰릴 수 있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지역병원 간의 연계시스템 구축과 개선이 시급하다”며 “세계적인 의료진과 첨단장비를 갖추고도 초기대응과 이송과정에서의 응급조치에 실패하면 결국 환자를 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연계병원시스템사업 필요하다

배 교수는 권역별 심뇌혈관질환센터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2015년부터 중단되는 것을 우려했다. 아울러 심뇌혈관질환센터와 연계한 지역병원 연계시스템사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우리 권역별 심뇌혈관질환센터 정부지원은 2015년까지다. 국고지원이 안되면 정말 어려운 사업”이라며 “무엇보다 응급환자를 더 많이 살릴 수 있는 연계병원시스템과 이송체계시스템 구축은 물론 심장질환예방사업을 국가가 나서서 이 사업에 이은 2기 사업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지금의 후송시스템 등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심장질환자 재발률, 사망률을 낮출 수 없다”며 “우리 병원의 세계적 의술이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초기대응, 후송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밝혔다.

◇ 충북 토종 관상동맥 완전협착병변 질환 권위자

충북 영동 출신인 배 교수는 청주남중, 신흥고, 충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관상동맥 완전협착병변 질환 시술의 최고 권위자이기도 하다.

배 교수는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실려와도 45분만에 막힌 혈관을 뚫고 재활치료과정까지 거치면 병원에 5일동안 머물러 있다가 멀쩡하게 귀가한다”며 “환자나 가족들은 당연한 일로 생각하지만 그래도 죽음의 문턱에 있는 환자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고 그들을 살려야 하는 것이 바로 의사다”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국제적 수준의 우리 병원 역량은 계속 커 나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리지 못한다면 환자들을 누가 살리겠는가”라며 “다만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최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365일 24시간 대기해야 해야 하는 고달픈 직업이지만 환자만 살릴 수 있다면 어떤 고통도 감내할 정신자세로 버티는 그가 바로 우리가 원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명의(名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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