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의 눈물
밀양의 눈물
  • 임성재 기자
  • 승인 2013.10.2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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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의 세상엿보기
임성재 <프리랜서 기자>

밀양이 마음에 각인된 것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을 본 후이다. 영화 속에서 보았던 평온하고 나른한 일상이 있는 밀양에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요즈음 밀양이 송전탑 반대투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전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영화 속의 밀양과 현실의 밀양은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화 속 밀양이 인간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는 관념론적인 모습이었다면 현재의 밀양은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인권과 삶을 유린하는 지극히 유물론적인 모습이다.

지금 밀양에서는 주민들의 결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765kV 초고압 송전탑 공사가 강행되고 있다. 3천여 명의 경찰은 현장에 상주하며 공권력으로 반대주민들의 공사 방해를 압박하고 있다. 주민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송전탑을 세우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마을과 학교, 논밭과 가장 가깝게 설계되어 있는 밀양구간의 송전탑을 동네에서 좀 멀리 세우거나 지하로 매설하라는 것이다. 한전은 공사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765kV를 지하로 매설할 기술이 없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처절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송전탑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인구 밀집지역이나 산업지역으로 보내는 우리 몸의 동맥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한전이 전국의 모든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공사를 밀어 붙이는 이유는 송전탑 건설은 국가 기간산업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므로 대를 위해 소가 희생하여야 한다는 논리다. 그리고 송전탑이 건설되는 지역의 주민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나에게 직접 피해가 없는 일이니까 공익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결국 한전이 공권력을 등에 업고 공사를 강행해도 괜찮다는 논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송전탑이 지나는 지역 주민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높이가 100m 넘는 송전탑이 건설되면 마을의 자연경관은 사라져버리고 논과 밭의 재산가치는 급락한다. 또 전자파 발생으로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게 된다. 시골이라는 이유로, 주민의 수가 적다는 이유로, 대부분 노인들이 산다는 이유로, 그 지역에서 나고 자라고 수 십 년을 살아온 지역민들의 삶의 터전이 유린되어서는 안 된다. 그럴수록 소수의 인권과 삶의 기본권을 존중해주는 것이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이다. 이렇게 무력으로 강행하는 공사는 제국주의의 발상이요 폭력과 탄압이다.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전력수급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송전탑 수의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세워져있는 초고압 송전탑은 154kV와 345kV를 합하면 3만 9천여기이고, 765kV 송전탑은 900여기로 모두 4만기 쯤 된다. 전 세계적으로 송전탑의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에 해당하는데 이 송전선로를 잘 활용하면 전기 수급에 큰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

둘째는 지역분산형 발전체계를 갖추라는 것이다. 수도권은 우리나라 전기의 40% 정도를 사용하는데 생산량은 3%에 불과해 발전소에서부터 전기를 끌어 오는데 수많은 송전탑이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전기 수요가 있는 지역에서 전기를 생산한다면 전력 활용의 효율성이 높아 질뿐만 아니라 비용도 크게 절감된 다는 것이다.

밀양 주민들이 외롭게 흘리는 피눈물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익을 위한 이유라 하더라도 소수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수의 인권과 생존권이 보장되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이고 복지국가이다. 그런 나라가 곧 선진국이다.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이고 복지국가인지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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