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未生)
미생(未生)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3.10.2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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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행복칸타타
강대헌 <에세이스트>

“생각이 번져가는 것은 잡념에 빠졌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생각은 타당하고 마땅한 절대수를 보여준다. 오직 한 길이다. 생각과 경험의 최선. 바둑에선 그것을 정석이라 부른다.”

자꾸 번져가는 여러 가지 생각으로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때 〈미생(未生)〉이란 웹툰(webtoo n)을 만나게 되었는데, 놀라우면서도 감사한 사건처럼 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생각으로 살고 싶었으니까요. 사물의 처리에 정하여져 있는 일정한 방식에 따라 움직이고 싶었으니까요.

하루의 삶 가운데도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내뱉고 있다면, 당신은 ‘곤마(困馬)’로서 살고 있는 겁니다. 곤마는 바둑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돌을 뜻하더군요.

미생(未生)〉을 보다 보면, 구구절절 고개를 끄덕이고 무릎을 치게 되는 말들이 줄줄 쏟아져 나옵니다. 여러분도 몇 마디나마 잠깐 음미해 보시죠.

“사는 게 의외로 당연한 걸 마다해서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 같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어려워도 꼭 해야 하는 것. 쉬워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이란 없다.” “돌이 외로워지거나 곤마에 빠진다는 건 근거가 부족하거나 수 읽기에 실패했을 때다.”“위수기(逢危須棄). 위기에 처한 경우 불필요한 것을 버려라.”

작가가 누군지 궁금해졌습니다.

작품을 올리면서 얼마나 많은 창작의 고뇌를 경험했을까 상상이 안 되더군요.

오디오 파일 또는 비디오 파일 형태로 뉴스나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인터넷망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하는 팟캐스트(pod cast)의 하나인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서 작가 윤태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시사평론가로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종배와 윤태호의 대화는 흥미진진했습니다. 사회구조보다는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자기 안의 메커니즘을 더 보게 된다는 윤태호는 독자들에게 과거를 미워하지 말라는 충고도 빼놓지 않으면서 다음과 같은 말들을 하더군요.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고 믿고 싶어요.’

‘댓글이 300개 이상 넘어가면 공통적 흐름이 잡혀요.’

‘장르물의 두려운 점은, 나보다 장르물에 더 정통한 독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과정이 부족했을지라도, 자기 역할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이루려고 추구했던 사람, 그런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

‘과거에 만화가 나는 쓰레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도구였다면, 지금은 내가 목격한 세상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엔터테이너 같은 만화가를 들 때 허영만이나 이현세나 고우영 등을 꼽았다면, 이제는 윤태호의 자리도 마련해야 할 것 같군요.

미생(未生)〉은 바둑과 맞물려 있는 작품입니다. 바둑을 영어로는 ‘go’ 또는 ‘I-go’라고 씁니다. ‘(내가) 간다’는 것입니다. 순서가 되면 멈추지 않고 가야만 한다니, 인생이 바둑과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아직 살아있지 못하다면, 지금 당장 〈미생(未生)〉을 만나보셔도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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