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지사와 이기용 교육감의 가상대결
이시종 지사와 이기용 교육감의 가상대결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3.10.1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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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어느덧 이기용 충북교육감의 내년 도지사 출마가 거의 공식화됐다. 선출직 교육감의 3선 한도를 다 채운 인사가 다시 지방선거를 넘보는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지라 막상 그 거사(擧事·?)의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도 여러 사족을 수반하지만 어쨌든 최근 이 교육감 행보는 분명 선거를 대비했다고 단정하기에 충분하다. 이미 언론들도 재선을 염두에 둔 이시종 지사와의 관계에 주목하며 두 사람을 양강구도로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달 말 KBS 청주방송총국이 내년 지방선거의 도지사 가상대결을 여론조사로 발표해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 지지도는 이시종 39.7%, 이기용 22.2%로 나왔다. 얼핏 큰 차이로 여겨지지만 이를 선거 역학적으로 바라보면 꼭 그렇치 만도 않다. 시중에선 ‘신(神)의 수(數)’라는 비유까지 나왔다. 두 사람 모두에게 아주 많은 ‘경우의 수’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우선 무려 17. 5%p를 앞선 이시종 지사만 해도 그렇다. 굳이 현직의 프리미엄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이 정도의 격차라면 압도적 우세로 받아들여도 괜찮겠지만 실상은 안 그렇다. 이기용 교육감이 기록한 지지도는 당초 측근들이 우려했던 역풍, 다시 말해 “교육감을 세 번이나 한 사람이 또 무슨 욕심을 부리냐”는 우려감을 일거에 불식시키고도 남는다. 더구나 이 교육감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개적으로 자신의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이기용 교육감 또한 이번 지지도에 대해 마냥 좋아할 수도,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어떤 선거이든 초기 지지도 차이가 20%p 정도로 벌어진다면 이를 역전시킨다는 건 참으로 지난하게 된다.

물론 과거 노무현은 단 한자리 지지도로부터 출발해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며 표정관리에 애쓰던 상대후보를 거꾸려뜨렸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본인의 정치적 스타성이 절대적 역할을 했다. 평소 교육가적 풍모로만 각인된 이 교육감의 선거 캐릭터가 과연 이러한 과업을 이루어낼지는 지금으로선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어쨌든 ‘본인은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고 사람들이 찧고 까분 것 뿐’인데 덜컥 22.2%라는 최강의 대항마가 되었다면 이 교육감으로선 요즘 잠자리가 전전반측(輾轉反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마당에 두 사람한테 요즘 시중의 뒷공론을 꼭 한번 들려주고 싶다. 물론 아직은 가설에 불과하겠지만 서로 차기 도지사를 고민한다면야 지금부터는 좀 더 의미있는 모습을 도민들한테 보여달라는 것이다. 한 사람은 지방행정의 수반, 또 한 사람은 지방교육의 최고 책임자라면 같잖은 의전문제로 티격태격하고 결국 도의회까지 파행시키는 작금의 일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편하기 그지 없다.

본인들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으니 어디 도민들의 체면이 서겠는가 말이다. 겨우 그 정도의 도량밖에 안 된다면 두 사람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을 달리해야겠다는 사람들마저 나타나고 있다. 25일로 예정된 충북도 국감장에 혹여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려질까 벌써부터 한 걱정들이다.

‘CEO 병’이라는 게 있다. 자기만의 경험 방식을 고집한다든지 혹은 외부의 비판에 귀를 닫는 이른바 선택적 인식에 매몰됨으로써 결국 조직이나 인간관계를 현실과 자꾸 괴리시키는 병리현상을 일컫는다. 21세의 성공조건으로 IQ보다는 EQ(감성지능)를 주창해 센셔이션을 일으킨 다니엘 골만이 가장 우려한 것도 다름아닌 이러한 병리현상에 의한 소통의 단절과 인식에 있어서의 현실과 동떨어짐이었다. 그래서 그는 현대사회의 최고 성공조건은 이제 EQ를 넘어 SQ(social intelligence) 즉 사회적 지능이 됐다고 주장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원만한 사회성을 유지 못하면 절대로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시종(66)과 이기용(68)은 다름아닌 한국사회의 가장 1차적 관계라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어디에서 만나고 조우하든 서로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할 것을 주문한다. 설령 속으로는 극도로 불편하더라도 내색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치는 이런 것부터 익숙해야 한다.

또 한가지, 선거는 냉정하다. 그러니 크게 보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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