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책 사랑
유럽의 책 사랑
  • 김우영 <작가. 한국문인협회>
  • 승인 2013.10.1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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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작가. 한국문인협회>

예술의 도시 프랑스에서는 매년 3월 전국 규모의 시 축제 ‘시인들의 봄(le printemps des postes)’이 열린다. 시민들을 위한 가장 광범위한 문학적 예술 행사로써 학교, 문화예술협회, 도서관, 서점, 대중교통수단, 병원 등 약 1만 5천여 개소에서 시인들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생, 공연예술가, 아마추어 시인 등이 참여하여 시 낭송, 시 전달하기, 시 짓기와 같은 행사들을 연다. 잔치 기간에는 시인이 초등학교를 찾아가서 시를 읽어주고 있다.

때로는 작은 마을의 한 사람이 시에 대한 사랑을 동네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시 써 붙이기 행사를 하기도 한다. 또 우체부들이 시가 담긴 엽서 300만 개를 우체통에 넣어 전달한다. 

축제에는 레바논, 스페인, 루마니아, 중국 시인들이 프랑스 여러 도시에 초청되어 시 낭송 및 독자와의 만남을 갖는다. ‘시인들의 봄’은 외국에 있는 프랑스 문화원이나 알리앙스 프랑세즈 같은 기관을 통해 현재 약 60여 개국과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사회 전반에 걸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낭송회를 통해 많은 보통 사람들이 책을 사랑하고 시를 즐기는 것이다. 덕분에 출판도 활성화되어 서점에서 책들이 잘 팔린다고 한다. 예술을 인생의 절반이라고 말하는 프랑스인들은 말한다.

“시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것을 말하는 예술이다. 어떤 문화, 어떤 문명에서도 다만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시인들이다.”

이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우리도 미국의 오바마처럼 ‘Yes, We can!(그래, 우린 할 수 있어)’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독일 서남부 슈투트가르트에서 튀빙겐 쪽으로 가면 인구 13만의 작은 도시 로이틀링겐이 있다. 어느 기자가 ‘유럽 기초예술 인프라 취재’를 위해 이 도시를 찾았다. 이때 만난 로이틀링겐의 요한 베버(37)라는 무명의 전업 소설가는 말한다.

"내 고향에서 작품을 내는 것만으로 걱정 없이 먹고산다. 내 소설을 팔기 위해 베를린이나 프랑크푸르트를 기웃거려 본 적도 없다."

책을 출판하여 생계를 해결하는 비결은 독일 특유의 낭독문화와 문화적 애향심에서 찾을 수 있다. 로이틀링겐 도서관은 해마다 신간을 낸 문인들을 초청해 연 4회 낭독회를 연다.

초청되는 자격은 이 도시 출신 문인으로 엄격하게 제한된다. 일단 초청작가로 뽑히면 낭독회 홍보를 위해 서점 극장 카페 등에 뿌려지는 1,200부의 팸플릿 비용과 무대 시설비용을 시청이 전액 부담한다. 도서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로이틀링겐 작가 현황과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별도의 안내 사이트도 마련돼 있다.  

낭독회는 지역 주민에게 작가의 책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에 작가들도 악기 연주와 연극까지 준비하며 심혈을 기울인다. 낭독을 통해 입 소문을 타면 또 다른 낭독 요청이 연쇄적으로 들어온다. 해마다 20번 정도 주민들의 문학강연회 초청을 받는 ‘베버’씨는 말한다.

“지역사회의 배려 덕에 창작의 꿈을 잃지 않고 있다.” 

책 낭독회와 작품 판매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있기 때문에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는 유명작가들도 책을 내면 지방도시들을 순회해야 한다. 작가와 출판사가 계약서를 작성할 때 20회의 낭독회를 적어 넣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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