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의 애장품
자녀들의 애장품
  • 충청타임즈
  • 승인 2013.09.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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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작가. 한국문인협회>

어느 남녀 공학의 중학교에서 학생들의 소지품 검사를 했다. 책상 위에 내놓은 소지품을 보며 담임선생님은 깜짝 놀랐다. 싯가 25만원짜리 프라다 지갑, 22만원짜리 몽블랑, 57만원짜리 펜디 시계 등 돈을 버는 어른인 자신도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의 명품이 책가방 속에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이 뿐이 아니다. 페레가모 구두, 샤넬 핸드백, 에트로 핸드백, 버버리 코트, 샤넬화장품, 크리스챤 디올의 옷, 루이 까또즈와 루이비통의 제품 등 다양하게 나왔다.

예전에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책가방에 도시락과 책만 넣어 다녔으니 놀란 것은 당연하다. 소지품 검사로 ‘21세기 명품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명품 선호 열풍이 처음 여학생에서 중학교 남학생들에게까지 번졌다고 한다. ‘남중생 명품족’은 수업이 끝나면 교복패션에서 단숨에 명품 족으로 탈바꿈한다.

남중생들이 이처럼 명품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성친구와의 만남을 위해서다. 최근 중학생들의 이성교제가 일반화되면서 명품에 관심있는 여학생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함께 명품족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어느 학생은 ‘인터넷 채팅으로 여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프라다 신발, 루이뷔통 가방 등의 명품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고 한다. 그 학생은 ‘명품에 대해 잘 모르면 여학생들이 싫어하는 것 같아 용돈을 모아 명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했다. 남학생들은 책가방 속에 고가 브랜드의 사복과 함께 명품 지갑 등을 가지고 다니다 하교 후 패스트 푸드점 화장실을 이용, ‘명품족’으로 변신한 후 여자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한다. 

어느 날 궁금하여 딸 둘의 애장품을 내놓아 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가죽구두와, 핸드폰, 핸드백, 양발, 머리핀, 화장품 등 몇 가지가 나왔다.

이 가운데에는 명품을 가장한 짝퉁 핸드백도 나왔다. 몇십만원에 해당하는 명품을 구입하려해도 경제적 여건이 안되어 구입을 하지 않고 보편적인 실용애장품을 지니고 다녔다.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남들처럼 비싸고 좋은 명품을 사주지 못하여 미안하구나!” 

그랬더니 딸 둘이 말한다. 

“적당한 가격에 가지고 다니기 실용적이면 되지, 무슨 명품이예요?”

“ …… !”

가난한 작가의 두 딸이 기특하고 고마웠다.

사진작가 ‘윤광준’ 선생은 말했다.

“사람이 '명품'보다 아름답다. 명품이 되려면 사람과 시간, 사연이 담겨 있어야 한다. 명품보다는 명품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명품 인간은 물건 모두를 명품으로 만든다.” 맞는 말이다. 비싸고 고급 명품도 있지만 1,000원짜리 머리핀에서부터 10개에 1만원짜리 예쁜 글라스, 5,000원짜리 손수건에 이르기까지 실용명품은 다양하다. 본인이 오래동안 아끼며 사용한 것들, 이것이 이른바 생활명품이다.  

물질풍요와 살기 힘들다는 어려운 양극상의 경제생활. 현대는 물질의 풍요속에서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빈약하다. 우리 사회의 이런 쓸쓸한 자화상은 정신문화의 빈곤과 물질 만능주의가 부른 기현상이다.

“사람이 명품보다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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