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그 무엇에도 얽매이거나 길들여지지 않아야
스물, 그 무엇에도 얽매이거나 길들여지지 않아야
  • 김태종 <삶터교회목사·생태교육연구소 터 소장>
  • 승인 2013.08.2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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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종의 함께 읽는 도덕경-땅에서 듣는 하늘의 노래
김태종 <삶터교회목사·생태교육연구소 터 소장>

絶聖棄智(절성기지)하면 民利百倍(민리백배)하고 絶仁棄義(절인기의)하면 民復孝慈(민복효자)하며 絶巧棄利(절교기리)하면 盜賊無有(도적무유)하니 此三者(차삼자)는 以爲�~驢�(이위문부족)이니 故(고)로 令有所屬(영유소속)하고 見素抱樸(견소포박)하며 少私寡欲(소사과욕)하라.

 

- 거룩함을 끊어버리고 슬기로움을 내던져버리면 사람들의 이익이 백 배가 될 것이며, 어질음을 잘라내고 의로움을 놓아버리면 사람들이 효도와 사랑으로 돌아올 것이며, 교묘함을 잘라내고 이익으로부터 자유로우면 도적이 없어질 것이니, 이 세 가지는 제도화할 수는 없는 법, 그러니 각자 제 살 곳에 살게 하며 꾸밈없이 얽매이거나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살되 개인적인 것은 적게 하고 욕심은 줄이도록 하라.

 

絶聖棄智(절성기지), 이 말을 과격하게 번역하면 ‘종교를 잘라내고 교육을 버리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좀 부드럽게 옮긴다면 ‘종교의 폐해를 없애고 교육의 문제점들을 해소하면’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의 이익이 백 배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요즘의 종교와 교육에서 이 말이 딱 맞아떨어진다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곤 합니다.

仁(인)이나 義(의), 巧(교:썩 잘 만들어진 물건)나 利(리:이익, 또는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어떤 것) 또한 마찬가지라서, 좋은 것, 기릴 만한 것들이 부각되는 세상은 그만큼 그 반대쪽의 폐단들이 있다는 것이야 모를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文(문)은 여기서 ‘제도, 또는 규범’이라고 번역을 하는 것이 옳습니다. 앞에 있는 그런 것들이 제도나 규범을 넘어서는 것으로 사람이 제대로 살아간다면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일들이 굳이 어떤 틀을 만들어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람다운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 자체가 사회가 그만큼 건강하지 못하다는 말로 읽으면 될 것입니다. 屬(속)은 오늘날의 마을과 같은 단위로 보면 될 것인데, 사람이 자신이 살고자 하는 곳에 살 수 있게 하라는 것이 令有所屬(영유소속:그 살 곳을 있도록 하라)인데, 그렇게 살아가는 곳에서 소박함을 누리고 개인적인 소유는 少(소:줄이고)하고 욕심은 寡(과:少와 비슷한 것으로 ‘없애라’고 읽을 수 있음)하라는 겁니다.

여기서 도덕경이 말하는 상징적인 글자를 하나 들추겠는데, 그것이 바로 樸(박)입니다. 직접적인 뜻은 ‘통나무’라는 것인데, 옛늙은이는 이 글자에다가 ‘무엇에도 얽매이거나 길들여지지 않고,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존재’라는 뜻을 담고자 했던 것을 읽을 수 있고, 이것이야말로 도덕경이 우리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자유를 누린다는 것, 또는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헤아리면, 한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남의 장단에 춤추는 꼭두각시처럼 놀아나다가 가는 삶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일러주는 말, 그것이 바로 見素抱樸 (견소포박)인데, 여기서 素(소)는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제도가 규정하거나, 규범이 통제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을 살아가는 세상, 사실 자연은 그렇게 살아가는데 인간은 그러지 못한다는 반성을 하면서, 자유로운 삶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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