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치치카마를 향하여
<32>… 치치카마를 향하여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3.08.20 2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좌충우돌 아프리카 여행기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여행에서 한끼를 굶는다는 것은 매우 억울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런다고 이미 지불된 식사비를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이러한 경험 때문에 음식이건 일정이건, 좋으나 싫으나 악착같이 찾아먹길 바란다. 따라서 그래야 손해를 안본다는 여행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로 인해 가이드는 때와 일정을 이름 짓고자 애쓴다. 6시 2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4시부터 서둘러 포트엘리지자베스까지 가려고 버스를 탔다.

그래서 식사는 기내식으로 하나보다 했는데 짧은 국내선이니 기내식이 없단다. 공항에 도착해서야 호텔에서 챙겨준 도시락을 깜박 잊고 왔다는 아프리카 박은 그래서 안절부절이다. 다행히 우리가 수속을 밟는 동안 운전사 랍슨이 마지막 서비스로 팁을 좀 더 받고 호텔에서 공항까지 왕복으로 도시락을 배달했다.

이번 여행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얼마나 신체적으로 골격이 좋고 잘 생겼는지 새삼 놀랐다면, 우리와 함께한 드라이버 랍슨과 쉐프 멘젤은 아프리카인의 키 작고 마른 체형으로 연약한 아프리카인의 이미지 그대로다. 2주간 넘게 그들과 함께 먹고 달려온 여행길, 헤어짐에 앞서 멘젤의 착한 눈빛과 어린아이 같은 몸이 짠하다. 랍슨의 순진하고 충심어린 언행과 미소가 기억에 오래 남으리라. 일을 저질러 놓고 해결하면서 자신의 해결 솜씨에 의기양양한 아프리카 박의 두꺼운 얼굴이 맘에 안들지만 아무려나 오늘은 한끼라도 챙겨주어 뒷말을 막으려는 가이드답다.

비행시간 1시간 30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포트엘리자베스는 계획된 도시다. 부유층이 사는 대단한 저택과 정원, 일반인이 사는 깔끔한 주택가, 영세한 흑인들이 사는 곳으로 짐작케 하는 구분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비행시간을 마친 시간은 8시 30분. 중간에 휴게소가 없으므로 마트에 들려 먹을 것을 사서 쭉 가야하는 오늘의 코스는 케이프타운까지 가는 가든루트의 시작이다.

우리의 가든루트는 좌측으로 인도양 해안선을 끼고 케이프타운까지 달리는데 해안마다 절경이 이어지는 환상적인 드라이브코스라니 기대가 크다. 그리고 포트엘리자베스에서 다시 새로운 동행자를 만나니 서른살의 톰 니콜라이라는 운전사 겸 요리사인 백인 청년이다.

10시 30분. 창으로 허브향이 들어온다. 너른 평원에 지천으로 깔린 야생화 허브향이다. 허브향이 들이치는 공기는 말할 수 없이 상쾌하다. 몇몇은 카톡을 하고, 몇몇은 밖을 보고, 몇몇은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갑자기 “어! 저 해양도시의 이름이 뭐야?”라고 봄봄이 묻는데 나는 고개를 살레살레 흔든다. 세상에나 늘 젤로 똑똑하신 봄봄님이 모르는데 내가 어찌 알겠는가! 앞자리의 아프리카 박을 보려니 핸드폰에 빠져있다. 비질비질 쿡쿡 웃으며 머리를 쓸어넘긴다. ‘설명을 해달라’고 하려다 분위기 깰까 싶어 참는다.

소떼가 풀을 뜯는 목장이 한참 지나려니 일정한 구간마다 연못이 있고, 수련이 곱게 떠 있다. 연못은 아마도 계획적으로 천수를 받아 놓기 위한 농장에 필요한 물 저장고가 아닐까 싶다. 청명한 하늘빛이 반사되는 연못과 수련에 눈조차 상쾌하다. 적당하게 구릉진 언덕의 농장과 꽃과 잘 조림된 유칼립스 나무그늘에 저들만의 천국인양 풀을 뜯는 소나 양떼의 평화로운 터전이 부럽다! 문득 화면이 바뀌면 새파란 인도양을 배경으로 하얗게 지나가는 도시가 초원이나 집들을 고운 액세서리처럼 끼고 있는 풍경이 좋다.

지금은 기대감을 넘어서는 상쾌함 때문에 조금도 피곤하지 않는 가든루트 환상적 드라이브에 몸을 싣고 있다. 이틀 동안 묵을 치치카마를 향해 버스는 달린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먼저 지정된 해양공원을 향해 버스는 달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