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특별한 시장님
참 특별한 시장님
  • 임성재기자
  • 승인 2013.08.20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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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의 세상엿보기

임성재 <프리랜서 기자>

광복절 저녁, 호남지역의 한 소도시에서 열리는 광복절 기념 가요콘서트 현장을 다녀왔다. 사실 그 도시의 광복절 행사나 가요 공연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과 소프라노 박진현의 듀오 공연이 있다기에 이색적인 그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조금은 먼 길을 찾아 간 것이었다.

한 낮의 더위가 조금씩 사위어 가는 체육공원의 멋진 야외음악당엔 밴드들이 준비를 하고 있었고 객석도 조금씩 자리가 채워지고 있었다.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국민의례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다음에는 내빈 소개가 있었다. 그런데 내 눈에 번쩍 뜨인 것은 시장이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자기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몇 발자국 앞으로 가더니 모두가 잘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허리를 90도로 굽혀 머리가 땅에 닿을 듯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마치 조폭 영화에서나 봄직한 고개 숙임이 어찌나 정중하고 공손한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국회의원, 시의원 등 소개되는 내빈들이 모두 그렇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이었다.

내빈 소개에 이어 시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객석의 시민들은 단 위에 올라서는 시장을 향해 마치 인기 연예인이라도 맞이하듯 환호했다. 시민들과 잘 어울리는 시장의 소탈한 옷차림도 눈길을 끌었고, 함께 참석한 시장 부인의 소박함에는 경탄이 절로 나왔다.

친근한 웃음을 띤 시장이 무대로 올라와 인사말을 시작했다. 그의 인사말은 그동안 보아왔던 여느 단체장들의 인사와는 전혀 달랐다. 음악회가 열리는 체육공원의 야외음악당 건립을 비롯한 시정의 공을 그 자리에 참석한 시의원과 공무원들에게 돌리며 자신을 낮췄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시장뿐 만아니라 인사말을 하는 지역 국회의원도 자신을 드러내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남을 칭찬하는 인사말로 일관하는 것이었다.

그 지역의 오랜 전통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으나 선거철에나 볼 수 있는 시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자세를 평소의 행사장에서 보는 것은 진정 처음이었다. 그리고 어느 행사장에서나 늘 있을 법한 귀빈석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수행원도 볼 수 없었다. 떠들썩한 입장도 없이 좌석의 구분도 없이 일반 시민들과 똑같은 스탠드에 함께 섞여 앉아 있는 그들의 모습도 참 좋아 보였다.

3시간의 짧지 않은 공연이 이어졌다. 의자는 등받이도 없이 딱딱했고 모기들이 덤비는 조금은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시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내빈들은 그 불편한 자리를 마지막까지 지키며 시민들과 함께 시간을 같이 했다. 공연 중에는 누가 시장이고 의원이고 시민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이 박수치며 흥겹게 노는 그 도시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돌아오는 늦은 밤길, 깜깜한 차창 밖으로 많은 생각들이 교차됐다. 너무 단편적인 일에 지나치게 감동한 것은 아닐까? 나에게는 생소하지만 그 시의 일상적인 전통은 아닐까? 아니면 그들의 쇼맨십 이었을까?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것은 그 시장의 인사하는 태도와 인사말에서 시민을 사랑하는 마음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맞는 시민들의 환호와 박수 속에서 시장을 진정으로 신뢰하고 존경하는 시민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과연 우리지역의 시장님들은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 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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