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61>
궁보무사 <161>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3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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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조따위가 내 두눈보다 중요하다는 거요"
9. 엎치락뒤치락

강치는 이렇게 말을 하고는 쥐고 있던 날카로운 화살촉으로 주성의 왼쪽 뺨 위를 줄을 치듯 쭉 그어댔다. 그러자 주성의 왼쪽 뺨이 가늘게 찢어지며 시뻘건 피가 찌익 터져 나왔다.

"으아악! 아이고! 여보! 여보! 빨리 내려와! 여기 와서 이 분들에게 당장 용서를 구해요. 이러다가 정말로 내 눈알이 찔리거나 다치고 말겠소. 여보! 제발!"

겁에 바짝 질린 주성이 자기 아내를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여보! 하지만 제가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무슨 큰 봉변을 당할는지 몰라요. 당신은 내가 바로 면전(面前)에서 그런 험한 짓을 당해도 좋다는 말씀이어요"

주성의 아내가 자기 딴엔 몹시 안타깝다는 듯 두 발을 동동 굴러대며 다시 물었다.

"아이고,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이 분들이 아까 말씀하셨지 않소. 그리고 설령 그런 일이 내 눈앞에서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정조 따위가 내 말짱한 두 눈알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거요 여보! 제발 날 좀 살려주오. 설사 당신이 당하더라도 내가 해준 걸로 치면 되지 않소! 내가 당신이랑 낮거리 몇 탕 뛴 걸로 말이요. 아이고! 여보! 나 죽어요."

주성이 발발 떨면서 바락바락 악을 쓰듯이 소리를 질렀다.

"어머머! 아이, 저걸. 어, 어쩌나."

주성의 아내는 몹시 망설이고 주저하는 듯 발을 다시 동동 굴렀다. 그러나 저들이 남편에게 좀 더 심한 고통을 가해 줘야만 어쩔 수 없이 자기가 남편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내려간다는 눈치가 강하게 엿보이도록 했다.

"부인! 구차하게 더 이상 강요는 하지 않겠소."

강치 일행 중 체격이 좋은 자가 뭔가를 알아차린 듯 주성의 몸을 완전히 거꾸로 들어가지고 그의 목젖 바로 위에 날카로운 화살촉을 바짝 들이대며 외쳤다.

그것은 여차하면 주성의 목젖을 그대로 따가지고 죽여 버리겠다는 으스스한 경고성 협박이었다.

"알았어요! 이 한 몸 바쳐서라도 하늘같은 내 남편은 우선 살리고 봐야하니까."

주성의 아내는 이렇게 말하고는 뭔가 독하게 결심하는 듯 윗니로 자기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녀의 이런 모습 또한 강치 일행에게 너무너무 매력적으로 보였다.

"하하하. 부인! 아주 잘 생각하셨습니다. 자, 어서 내려오십시오."

"환영합니다!"

"부인께서 말씀만 잘 하신다면 두 분 다 곱게 올려 보내드릴 수도 있습니다요."

강치 일행이 또다시 희망에 잔뜩 부풀어 오른 목소리로 위를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사람은 늘 정직해야지요. 어차피 조금만 있으면 바로 들킬 일을 왜 치사하게 감추세요 제가 아래로 내려가는 즉시 여러분들이 저를 덮쳐버릴 줄을 저는 너무 잘 알고 있는데. 하지만 저는 하늘같은 제 남편을 구하겠다는 신념 하나 만으로 그 모든 걸 이해하고 감내하겠어요. 그런데 제가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 긴히 꼭 드릴 말씀이 있어요."

"무, 무슨 말씀을"

"부인! 어서 말씀해 보십시오!"

강치 일행이 두 눈을 껌뻑거려가며 물었다.

"여자인 제가 아래로 내려가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건 도저히 말도 되지 않는 것! 어차피 남편을 구하고자하는 일이니 여러분들이 원하신다면 저는 제 몸을 네 분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드리겠어요. 하지만, 이것만큼은 꼭 약속해 주시고 또 지켜주세요."

"무슨 약속을"

강치 일행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다시 물었다.

"제가 제 몸을 여러분 각자 한 사람당 딱 한 번씩만 허락할 수 있도록."

"아, 그 그럽시다."

"그거야 우리가 자신 있게 약속드릴 수 있지요."

"그럼요!"

강치 일행은 너나 할 것 없이 군침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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