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화
채송화
  • 효순 <수필가·청주 덕성유치원장>
  • 승인 2013.07.14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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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이효순 <수필가·청주 덕성유치원장>

여름철 따가운 햇볕을 받고 무럭무럭 자란 채송화가 곱게 피었다. 지난해 공사를 하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과는 달리 원사 주변 채송화가 자라던 곳에 작은 싹들이 많이 돋아나 마음의 염려를 덜어 주었다.

씨앗이 고운 모래 같아 비와 함께 밀려가 물이 괴는 보도블록 틈새에 빼곡하게 싹이 나서 줄지어 자라고 있다. 그곳이 터전인줄 알고 자라는 모습이 안쓰럽다.

사람들에게 밟힐 가 염려 되었지만 가끔 물도 주어 정성들여 가꾼 후 빈 화분의 곳곳에 옮겨 심었다. 그 작은 싹들이 자라 강한 여름 햇빛을 받으며 여러 빛깔의 고운 꽃이 요즈음 우리 유치원 곳곳에 피어 배움터 가족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방부목 화분에 가득 채워진 채송화는 오전 10시가 넘으면 화려한 꽃잎을 활짝 피워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마음 설레게 하는 그 고운 채송화는 오후 3시쯤 꽃잎을 오므려 삶을 마감한다. 생각하면 너무 애처롭다. 몇 시간 살기에 그렇게 고운 꽃을 피우는지…. 그리고 며칠 후에 빛바랜 칙칙해진 꽃잎 속에 아주 작은 도토리 뚜껑 같은 씨방에 까만 씨앗을 만든다.그늘만 제외하고 까다롭지않게 자라는 그꽃이 볼수록 호감이 간다.

화려함에 비해 너무 짧은 생이다. 채송화의 삶은 아랑곳없이 보석밭 같은 채송화에 취해 하루하루를 보낸다.

봄꽃이 시든 자리를 채송화로 채워서 유원장과 유치원 주변에 생기가 돈다. 바깥놀이 산책 시간에 유아들도 그 주변에서 한참을 바라보기도 한다.그 모습만 바라보아도 행복하다.

채송화는 귀화 식물로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다. 우리나라에 심겨져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내가 어릴 때 보았던 기억으로는 시골 집안마당, 흙벽돌 담 밑이나 장독대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던 꽃이다. 언제 부터인지 도입종 꽃에 밀리어 그 자리를 내어주고 한동안 보기가 어려웠는데 옆에서 그 꽃을 키우며 보고 있으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어린 시절 함께 했던 꽃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사람들의 마음에 채송화가 그리움으로 남아 요즘은 다시 가꾸기 시작한다.

부임하던 해 비가 내리던 여름날 원사 옆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플라스틱 그릇에 어린 채송화를 가득 담아 분양을 해 주셨다. 그 꽃에 할머니의 정이 가득 담겨있어 더 정이 간다.

채송화는 생명력이 강한 꽃이다. 꺾어 심어도 며칠 되지 않아 줄기에서 흙에 뿌리를 내려 싱싱하게 자란다. 지난주에도 여러 가지 빛깔이 어울려 피도록 색깔별로 꺾어 화분 여러 곳에 심었다. 튼튼히 자란 채송화를 보면 아주 자립심이 강한 사람 같다. 양지쪽에서 뜨거운 태양아래 굵고 튼튼한 모습으로 핀 것, 그늘에서 힘없이 연약하게 자란 것, 반그늘에서 자란 것 모두 다르다. 사람 모습이 다르듯이. 이왕이면 강한 햇빛에서 튼튼하게 자란 채송화처럼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자랐으면 얼마나 좋을까.

고향집에서 꽃밭 제일 앞쪽 자리를 차지했던 채송화를 생각해 본다. 마중물 옆에 있던 채송화는 고운 꽃을 피워 시골의 한나절을 곱게 물들였다.

채송화가 피기 시작하면 점심준비를 시작하셨던 고향집의 어머니도 생각난다. 채송화 씨앗이 영글면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연한 갈색으로 변한 채송화 열매 뚜껑을 재미로 열었던 기억도 아련하다. 그 고운 빛깔을 유치원에서 보니 옛 생각에 사로잡혀 지난 시절이 또 그리워진다. 채송화 같은 강인한 삶을 살기를 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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