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59>
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59>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2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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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산(天山)이 숨쉬고 있는 우루무치

텐산산맥에 펼쳐진 광활한 목초지

   

1900만이 사는 신장자치구 성도로 가장 크고 번화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났다. 새벽인데도 밖은 후꾼 달아오른 날씨다. 투르판의 여름 날씨가 섭씨 42~43도를 오르내리는 것이 보통이니 여기에다 우리나라처럼 습기가 많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첫 버스가 7시 30분 행이어서 서둘러야 했다(26元). 이곳에서 매 30분마다 버스 편이 있고, 우루무치까지는 3시간 정도 소요되며, 교통편은 좋은 편이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벌판으로 시원스레 뻗은 4차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퍽 인상적이다. 검게 장막을 친 천산 산맥과 검은 사막들판을 보면서 피로 탓인지 깊은 잠에 빠졌다. 눈을 뜨니 어느새 우루무치에 도착해 있다.

천산의 천지(天池)에서 하루 밤 묵고 싶어 천지행 버스표를 사려고 했더니 오전 9시 30분 차 밖에 없었다. 중국은행(CHINA BANK)에서 예금을 인출하였다.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소요되었고, 준비해간 돈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돈을 환전하거나 외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자카드 등은 중국 중앙은행에서 만큼은 여권이 있으면 인출이 가능하였다.

우루무치 기차역에서 가까운 신장반점(新疆飯店)에 여장을 풀었다. 16~40元정도면 숙박이 가능한 호텔로 배낭족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우루무치 TV는 위그르어나 위그르어 자막 방송이 나가고 있어 중국 본토와는 퍽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점심을 먹고 우루무치 시내를 구경하였다. 사막 한가운데 고층빌딩과 사람들로 붐비는 이렇게 큰 도시가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인구 1900만 신장자치구의 성도로서 가장 크고 번화한 도시다. 주변의 백화점에 들러 우리나라 컵 라면을 찾았으나 봉지라면 밖에 없었다. 이제는 중국의 대도시에 도착하면 비상식량으로 신라면과 햄버거와 초코파이를 제일 먼저 찾게 된다. 기차여행에서 비상식량으로 사용하기에는 가장 편리하고 입맛에 맞기 때문이다. 중국의 컵라면은 값은 싸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라면 맛 보다는 못하고 먹고 나서도 개운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도시에 진출해 있는 한국의 신라면 덕분에 중국여행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우루무치에는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나 KFC 같은 미국체인점 가게를 거의 볼 수가 없다. 중국전역 대도시에 햄버거나 KFC 가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성업을 이루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그것은 이 지역이 회교를 믿는 이슬람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주로 양고기를 먹는 종교적 이유에서 기인한 것 같다. 햄버거로 대표되는 미국의 음식이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현장을 이곳 우루무치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믿는 자들이여, 하나님께서 너희에게 부여한 양식 중 좋은 것은 먹되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 분만을 경배하라. 죽은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를 먹지마라. 그러나 고의가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먹을 경우에는 죄악이 아니라 했으니 하나님은 진실로 관용과 자비로 충만하신 분이니라."(꾸란 2장 172-173절).

선지자 무함마드가 하디스에서 뾰족한 엄니나 독치를 가진 동물과 날카로운 발톱을 지닌 맹수, 그리고 독수리, 송골매 등의 조류를 먹어서는 안 될 동물로 규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양과 소, 염소, 낙타 등과 같은 초식동물을 인간이 먹을 수 있도록 한정해 놓았다. 식용으로 허용된 동물이라 하더라도 하나님의 이름으로 기도를 드리고 잡지 않은 고기는 먹을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금지한 동물이 아니더라도 회교도들이 먹는 고기음식은 모두 알라신의 이름으로 기도하고 잡지 않으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햄버거나 KFC가 아랍문화에서 통용되기는 거의 어려운 점이다. 중국대륙을 여행하면서 미국의 햄버거나 KFC가 너무 번창하여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이곳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헐리우드 영화가 세계영화를 휩쓴다면 미국적 가치나 문화가 지구촌의 다양한 사고나 문화를 몰아내고 단일한 기준과 사고체계를 형성케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류의 재앙이고 인간의 삶과 가치관을 가장 빈곤하게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면서 세상의 자연경관과 문화가 같다면 이동을 할 필요도 없으며, 세상은 얼마나 단조롭고 따분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무엇인가 다름으로 인하여 이동하고 만나고 교환하는 만남의 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 불교와 한문화 권에서 벗어나 알라신을 믿고 경배하며 의지하고 사는 이슬람인들 속에 그들의 눈으로 그들의 삶과 생활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가끔은 세계가 하나의 종교를 믿는 형태가 되었다면 인류의 문명은 더 어둡고 독선적이고 인간성을 억압하는 쪽으로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 보았다. 서로가 다른 신념과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다양성의 축복이라고 더욱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 하사크 족의 마을 난산(南山)목장

우루무치는 '아름다운 목장'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난산은 텐산산맥 북쪽 자락에 펼쳐진 목장지대로 우루무치에서 약 7km 떨어진 하사크 족들이 사는 목장지대다. 개인 여행은 정기노선이 없어 호텔 1층에 있는 여행사에다 1일 패키지여행을 신청했다

오전 9시 30분까지 호텔 앞에 모여 일행이 다 도착하자 버스 한 대로 출발했다. 시외를 벗어나 4차로 고속도로를 진입하자 변두리의 가옥과 돌과 자갈 무더기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땅 속에 무진장 깔린 자갈밭을 보니 한때는 이곳이 큰 강이 흐르던 곳이라는 것을 추정해 볼 수 있었다.

타클라마칸 고속도로는 공식적으로 312번 고속도로였다. 시원하게 뚫려 있는 도로는 사막을 522km 길이로 횡단하여 쿤룬산맥과 텐산산맥을 연결해 주고 있다. 고속도로 대부분은 호탄강의 메마른 하상을 따라 죽 이어져 있다. 중국은 3년간의 공사 끝에 세계에서 가장 긴 사막도로를 건설하여 호탄에서 우루무치까지의 거리를 500km 정도 단축시켰다.

30분쯤 달리자 초원의 짧은 풀과 넓은 들판엔 양떼들이 풀을 뜯고 있다. 들판엔 누렇게 익어 가는 밀 이삭과 농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계곡을 접어들자 하천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작은 마을 토담집들이 도로변에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1시간 30분쯤 달려 백양구 여유구에 도착했다. 매표소 입구에 도착하자 수십 대의 차량들이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다.

공원 저 멀리에는 설악산 산모퉁이를 하나 옮겨 놓은 듯한 암벽 산과 맞은 편 울창한 산림 숲이 대조를 이루어 중국적인 산악지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암벽 사이로 늘어선 나무들과 수로를 따라 흐르는 맑은 계곡 물을 보니 마음이 저절로 시원해지고 여독이 물길 따라 내 몸을 빠져나가는 것 같다. 계곡의 작은 바위들의 색깔이 검은 색을 띄고 있지만, 물빛은 중국의 여느 지역보다 훨씬 더 맑고 깨끗했다. 텐산에서 흐르는 물이 뼛속까지 시리게 차가웠다. 계곡 안 산림 속을 걷노라면 말을 탄 관광객들이 줄을 이어 달리고 있다. 암벽 산과 소나무 숲이 우거진 골짜기를 따라 쉼 없이 이어지는 말 마차 행렬은 이곳이 중국의 중요 관광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는 히말라야 삼나무와 비슷한 끝이 뾰족하고 긴 원통모양의 형태로 자란 나무들이 울창한 원시림처럼 산록을 뒤덮고 있다. 계곡이 만나 합수하여 흐르는 골짜기 입구에 7개의 무지개 색깔을 본떠 만든 신양교(新楊橋)를 건너면 깎아지른 암벽 산 양 기슭으로 떨어지는 폭포수가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고 있다. 바위를 뚫을 듯이 흩뿌리는 물보라가 햇빛에 반사되어 무지개다리를 허공에 수놓고 있다. 사막의 한 가운데 강원도 산골에서 맛 볼 수 있는 그런 경관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뜻밖의 행운이다. 예쁜 하사크족 아가씨들이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 모델을 하고 있는 그녀들의 전통의상을 보면 세계 어느 벽지에서도 관광이 생활의 방편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 보게 된다.

계곡에서 돌아와 양고기 꼬치구이를 먹었다. 관광지라 그런지 다른 곳보다 두 배나 비쌌다. 초원에 앉아 산기슭과 들판에 흩어져 있는 하사크족 파오들과 방목하는 말들을 지켜보면서 산악지대에 사는 부족들의 이국적인 분위기에 젖어 보았다. 하사크족들이 운영하는 말과 수레가 언덕과 계곡을 끊임없이 누비며 달리고 있어 난산목장은 말을 매개로한 관광상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사막 한가운데 울창한 산림과 초원, 암벽산과 폭포, 이동식 파오와 말을 가지고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여 관광 상품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목장이다.

점심시간이 되어 언덕 위에 있는 하사크족 파오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인원이 많아 파오 옆 잔디밭에 긴 탁자를 놓고 앉았다. 초원과 하천과 파오를 배경으로 식사를 하는 것도 매우 흥미로웠다. 점심은 하사크족 식사를 기대하였는데 볶음밥 한가지와 뜨거운 물 뿐이라 양 꼬치구이를 몇 개 더 시켜 먹었다. 하사크족들은 고산지대에 사는 종족이다. 눈매가 아리안 족을 많이 닮은 것 같고 체구는 그리 크지 않다.

난산목장은 하사크족의 여름 주거지인 동시에 관광지로써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 곳이다. 파오에서 묵을 수도 있고 말을 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어 하사크족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 천연 목장이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2,000m 이상의 고산지역에 사는 하사크족의 목장에서 하루를 보내는 즐거움은 색다른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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